[토요기획]베스트닥터 <3> 대장암
김남규 연세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왼쪽)가 콘솔(로봇 조종기)에 앉아 로봇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김 교수의 지시에 따라 나머지 보조 의료진은 로봇팔을 교체하는 등 수술을 돕는다. 연세암병원 제공
대장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 ‘고위험군’이 있다. △50세 이상이면서 △붉은 육류와 육가공품을 자주 먹거나 △비만형 체형이거나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대장암도 초기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 베스트닥터들은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한 첫 번째 비결로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를 꼽았다. 고위험군에 속하거나 용종이 발견됐다면 1, 2년마다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초기 암일 때 복강경과 로봇 수술을, 주변 장기로 전이가 되면 함께 적출하기 위해 개복 수술을 더 많이 한다. 직장암 초기에는 국소 재발률을 낮추고 항문을 보존하기 위해 수술 전에 방사선 치료부터 한다.
○ 기능 유지가 최대 과제
베스트닥터들의 치료 원칙 첫 번째는 환자를 살리는 것, 두 번째는 수술 후에도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장암, 특히 직장암 분야에서 최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원칙 중 하나가 항문 보존이다.
과거에는 항문에서 3∼5cm 떨어진 직장에 암이 생기면 항문 기능을 살리지 못할 때가 많았다. 최근에는 이런 경우에도 항문을 많이 살려낸다. 1990년대에는 항문 보존 환자 비율이 20%도 안 됐지만 최근에는 90%를 넘어섰다.
○ 환자의 선택권 존중하는 의사
김 교수는 2016년 암 환자의 극복 스토리를 담은 ‘당신을 만나서 참 좋았다’라는 제목의 에세이집을 펴냈다. 김 교수에게 수술받은 환자가 감사의 뜻을 표시하기 위해 제작을 권유했다. 제작비도 그 환자가 댔다. 김 교수는 수익금 전액을 병원에 기부했다.
대외 활동도 활발하다. 대한대장항문학회의 회장과 이사장을 모두 지냈다. 또한 아시아태평양대장암학회 회장, 대한임상종양학회 회장도 역임했다. 현재 대한대장암연구회 회장이다. 또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대장항문학회지 부편집인을 맡고 있다.
○ 로봇 수술의 선구자
2007년에는 처음으로 다빈치 로봇을 이용해 직장암을 수술했다. 다빈치 제조사는 김 교수의 수술법을 직장암 로봇 수술의 매뉴얼로 삼았다. 이후 김 교수는 미국의 메이요 클리닉, 클리블랜드 클리닉을 비롯해 세계적인 병원들의 초청을 받아 로봇 기술을 시연했다. 덕분에 대장암 수술의 ‘세계 표준’이란 평판을 얻었다. 김 교수는 대한외과로봇수술연구회 회장을 지냈으며 임상로봇수술학회를 창립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김 교수에게 수술받은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은 평균치보다 높다고 알려져 있다. 통상적으로 3기 환자의 5년 생존율은 30∼60% 정도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의 3기 환자의 경우 이 생존율은 80.9%나 된다.
○ 크론병 줄기치료제 개발
유 교수도 환자의 알 권리를 최대한 존중해 치료법의 의학적 근거와 장단점을 충분히 설명한다. 말기 암 환자에게도 여생을 잘 계획하도록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말하는 편이다.
매년 500명 이상의 대장암 환자를 수술하는 유 교수는 현재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을 맡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대장암센터의 대장암 수술 누적 건수는 3만 건을 돌파했다.
유 교수는 희귀난치성 질환인 크론병의 가장 흔한 합병증인 치루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크론병은 소화관에 생기는 만성 염증성 장 질환으로, 환자의 40∼50%가 치루로 고통을 받는다. 유 교수는 환자의 자가지방세포를 이용해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임상연구를 지휘했다. 이 치료제의 완치율은 70∼80%이며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다.
○ 말기환자 생존율 끌어올려
박 교수는 현재 서울대병원 대장암센터를 이끌고 있다. 한 해 2만5000여 명의 환자가 이 센터를 찾는다.
이 센터는 30여 년 전인 1990년과 1991년, 서울대 암연구소에 ‘한국 가족성 용종증 등록소’와 ‘한국 유전성 대장암 등록소’를 설치해 유전성 대장암 연구를 시작했다. 이 등록소들은 1993년 ‘한국 유전성 종양 등록소’로 통합됐다. 1997년에는 암유전자클리닉도 개설돼 가장 흔한 유전성 대장암인 유전성비용종증대장암(HNPCC)이 생기는 데 관여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검사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소통하는 의사’로 유명한 김희철 삼성서울병원 교수▼
환자-가족 위한 인터넷카페 운영… 매주 건강콘서트도 열어
김희철 삼성서울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53)는 ‘소통하는 의사’로 특히 유명하다. 김 교수는 2006년부터 환자들을 위해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암 환자와 가족이 회원인데, 지난달 말 기준으로 1만2500명을 넘어섰다. 매일 200여 명이 들르며 이 중 10명 정도가 꼬박꼬박 질문을 던진다. 김 교수는 반드시 일주일 이내에 답변한다.
이와 별도로 김 교수는 매주 목요일, 병동 한쪽에 있는 휴게실에서 ‘건강콘서트’를 연다.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휴게실에는 대략 30∼40명의 환자와 가족들이 몰려든다. 보통은 1시간 일정으로 진행하지만 질문이 넘쳐나면 1시간 반, 길게는 2시간을 넘길 때도 많다. 김 교수는 해외학회에 갈 때를 제외하고는 건강콘서트를 취소한 적이 거의 없다. 심지어 명절 휴일에도 콘서트를 열었다. 암의 재발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음식이 몸에 좋은지, 어떻게 관리하는 게 최선인지 등 질문은 매번 비슷하지만 그때마다 최선을 다해 설명한다.
2014년 어느 날, 김 교수는 환자들 앞에서 시인인 이해인 수녀의 시 ‘저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를 낭송했다. 이해인 시인 또한 대장암을 앓았다. 그런 시인의 시를 통해 환자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던 것이다.
김 교수는 현재 유럽대장학회와 미국암연구학회, 미국대장항문학회 정회원이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삼성서울병원 대장암센터장을 맡았다.
▼非수도권 명의 최규석 교수▼
로봇수술 12년째 베테랑… 관련 연구논문 100편 넘어
덕분에 이번 베스트닥터 선정 과정에서도 최 교수는 전국의 여러 병원 의사들로부터 고르게 표를 얻어 수도권의 2위와 동일한 성적을 거뒀다. 환자들이 “교수님 같은 의사가 오래 건강하게 살아야 환자들이 행복하다”라고 말할 정도로 환자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다.
최 교수는 대장암 로봇 수술의 선구자 중 한 명이다. 2007년부터 대장암 로봇 수술을 시행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로봇수술외과학회는 2009년 미국 시카고에서 만들어진 미국임상로봇수술학회(CRSA)다. 최 교수는 이 학회의 창립멤버이자 아시아 의사로는 처음으로 8대 회장에 선출됐다. 회장으로 있던 2016년 대구에 학회 행사를 유치했는데, 이 학회가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학회를 개최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발표한 로봇 수술 관련 연구 논문만 100편이 넘는다. 2013년에는 영국 포츠머스의 한 병원에서 초청해 로봇 수술을 시연했다. 이를 포함해 지금까지 10여 개국을 돌며 50회 이상 수술을 시연했다. 명성 덕분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환자가 찾아온다. 직장암에 걸린 인도 의사가 직접 와서 최 교수에게 수술을 받은 적도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