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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기업 규제 풀어야 ‘일자리 不姙’도 풀린다

입력 | 2018-04-09 00:00:00


정부는 허가제이던 화장품 제조업을 2000년 신고제로 바꿨다. 그 결과 2000년 전체 1만 명 규모이던 화장품 업계의 일자리는 2016년 130% 증가한 2만3000명이 됐다. 같은 기간 220개였던 화장품 제조업체는 1200개로 늘었다. 2010년부터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 화장품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화장품 산업을 비롯해 화물, 항공, 피부·네일미용, 맥주산업 등 규제 완화로 일자리를 늘린 5개 업종을 조사해 어제 발표했다.

진입 규제 완화가 업체 간 경쟁을 불러 한국 화장품 업계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한국 화장품 업체들이 고품질을 기반으로 아시아에서 ‘한류 코스메틱’ 시장을 개척한 것도 고용 창출의 동력이다. 한경연은 “진입장벽 규제를 미리 완화해둔 덕에 시장 수요의 급작스러운 확대에도 탄력적인 고용 확대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산업을 살려야 일자리가 살아나는 것이 분명한데도 정부는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하며 재정으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방침을 고집하고 있다. 일자리는 정부가 기업에 강요한다고 늘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뽑은 직원보다 더 많은 수익이 기대된다면 언제든 채용을 늘리는 것이 기업의 속성이다. 고용 불임(不姙)의 책임은 기업이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에 있다. 당장 규제프리존법, 서비스산업기본법 같은 일자리 법안들이 대기업 특혜라는 여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올 1월 일본은 24년 만에 최저실업률(2.4%)을 기록했다. 사실상 일본의 완전고용을 이끈 아베노믹스의 한 축이 규제 완화라는 사실을 기업 옥죄기에 바쁜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배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