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9대 국회의원 시절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로 활동하며 피감기관이 낸 비용으로 여러 차례 외유성 출장을 다녀와 논란을 빚고 있다. 김 원장은 2014년 3월 한국거래소 예산으로 우즈베키스탄을 2박 3일, 2015년 5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비용으로 여비서를 대동해 미국 워싱턴 등으로 9박 10일 출장을 다녀왔다. 이어 2015년 5월 우리은행 중국 충칭 분행(分行) 개점식 참석차 은행 부담으로 2박 4일 중국과 인도를 다녀온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정무위원장과 여당 간사는 고사했던 출장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례만 세 차례로, 우리은행은 금감원의 감독 대상이다.
김 원장은 잇단 논란에 어제 입장문을 내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목적에 맞는 정당한 출장이었다는 취지로 로비성 외유 의혹을 반박했다. 하지만 피감기관의 비용 부담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 KIEP가 작성한 출장보고서에도 ‘국회 결산 심사를 앞두고 의견을 김 의원에게 전달하는 것이 출장의 주목적’이라고 명시돼 있다. 게다가 KIEP 출장에서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한미연구소(USKI)의 북핵 연구와 소장 임기까지 문제 삼았다니 월권행위다. USKI는 현 정부가 ‘코드’ 문제로 소장 교체를 압박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곳이다.
청와대는 김 원장을 임명하며 의원 시절 ‘금융 저승사자’로 불렸던 개혁 의지를 강조했다. 그런 김 원장이 시민운동가 출신으로서 개혁의 동력이 될 도덕성이라는 근간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금감원장은 57개 은행, 62개 보험사, 799개 증권·투자자문사 등 금융회사 4500여 곳을 감독하는 막중한 자리다. 김 원장은 “출장 후에도 엄정하게 업무를 처리했다”면서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피감기관 예산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전력이 드러난 상황에서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채용 비리로 물러난 최흥식 전 원장에 이어 더 이상 수장이 금감원에 리스크를 줘서는 안 된다. 이중성 논란을 빚은 김 원장은 자진 사퇴로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