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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靑 ‘단계적 개헌론’ 접고 與는 중재안 내라

입력 | 2018-04-09 00:00:00


청와대가 개헌 쟁점 중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권력구조’를 빼고 합의 가능한 부분만 6·13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하고, 합의하지 못하는 부분은 2020년 총선 때 추가로 개헌하는 ‘단계적 개헌’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제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으면서 “지난달 26일 개헌안 발의 시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가 모든 것에 합의할 수 없으면 합의할 수 있는 부분만 개헌해 달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단계적 개헌을 선택지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여권에서 ‘단계적 개헌론’을 거론하는 구실은 지난해 대선에서 모든 대선 주자가 약속한 6·13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놓치면 개헌 동력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권력구조에 대해 청와대는 대통령 4년 연임제안을, 자유한국당은 국회가 국무총리를 선출하고 대통령은 외치(外治), 총리는 내치(內治)를 맡는 이원(二元)정부제안을 내놓았다. 간극이 너무 커서 합의가 힘든 상황이다. 물론 양측 개헌안에 합의 가능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도입, 검사의 영장청구권 삭제 등이 그렇다. 지방분권 강화나 선거제도의 비례성 확대도 큰 틀에서 일치한다.

다만 합의 가능한 부분만 6월에 개헌한다고 해서 개헌 동력이 상실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 오히려 형식적으로나마 개헌 약속을 지켰다는 구실로 권력구조 개헌은 물 건너갈 수 있다. 개헌 요구가 나온 것은 무엇보다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 분산이 필요해서다. 청와대가 한국당을 향해 6월 개헌 약속을 지키라고 하지만 대통령의 권력 분산이 턱없이 부족한 안을 내놓고 개헌을 압박하는 것도 역시 약속을 정확히 지켰다고 하기 어렵다. 합의 가능한 부분의 개헌도 최소한 권력구조를 포함해야 의미가 있다.

이제는 청와대가 아니라 국회가 나설 때고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나설 때다. 국민은 헌법에 따른 청와대의 개헌안 발의 자체는 반대하지 않으면서도 권력 분산은 미흡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민의(民意)를 수렴해 청와대 안을 조정한 새로운 안을 내놓고 국민의 판단을 구한 뒤 한국당과 협의도 해야 한다. 헌법 정신은 국회가 개헌을 주도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언제까지 청와대 개헌안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