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극단 선택후 채무 떠안아
충북 증평군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여성과 네 살짜리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모녀가 살던 집은 아파트 관리비와 수도·전기요금이 수개월째 연체된 상태였다.
8일 충북 괴산경찰서에 따르면 6일 오후 5시 18분경 증평군의 한 아파트에서 A 씨(41·여)와 딸(4)이 숨져 있는 것을 119구조대원이 발견했다. 당시 딸은 안방 침대 위에, A 씨는 방바닥에 누워 있었다. 이날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A 씨가 4개월째 관리비를 내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자 119에 신고했다. 경찰은 시신 상태로 볼 때 적어도 2개월 전 모녀가 숨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의 수도 사용량이 지난해 12월부터 ‘0’으로 표시된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말 숨졌을 가능성도 있다.
현장에서는 ‘혼자 살기 너무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 가족은 2015년 5월 이 아파트(84m²)에 입주했다. 보증금 1억2500만 원에 월세 13만 원짜리 임대아파트였다. 심마니 생활을 했던 A 씨의 남편이 지난해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후 A 씨는 남편과 함께 갚아 나가던 채무를 혼자 떠안고 힘들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별다른 소득도 없어 월세는 물론이고 아파트 관리비와 수도 및 전기요금 등이 수개월째 연체됐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사망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부채 규모와 남편과의 사별 이후 행적 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인모 imlee@donga.com / 증평=김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