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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입시정책… 수험생 대혼란

입력 | 2018-04-10 03:00:00

2020학년도 정시, 서울 사립대 10곳서만 953명 늘어




전방위적인 교육부의 압박 이후 대학들은 2020학년도 대입전형계획을 부랴부랴 수정했다. ‘정시 확대 파문’이 불거진 후 2일 이진석 고등교육정책실장은 “(2020학년도에) 큰 폭으로 수시 정시 비중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각 대학이 미세 조정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9일 본보가 확인한 서울 소재 사립대 10곳의 2020학년도 정시 모집 인원은 예상보다 크게 증가했다.

○ 서울 주요 사립대 정시 비중 30% 선에 맞춰

이들 대학의 정시 비중은 평균 29%. 그동안 정부 여당에서 나온 ‘대입전형에서 정시가 3분의 1은 돼야 한다’는 신호를 곧바로 수용한 셈이다. 등록금 동결, 입학금 폐지 등 재정이 어려워진 사립대는 재정 지원의 전권을 쥐고 있는 교육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 B대학 입학처장은 “교육부 정시 확대 방침에 따라 두 차례 대입전형계획을 수정해 논술전형 인원을 줄이는 대신 정시 인원을 늘렸다”며 “앞으로 고교교육 기여대학 사업과도 연계될 가능성이 높아 미리 반영했다”고 밝혔다. C대학 입학처장은 “직간접적인 정시 확대 메시지가 있어 미리 대비하는 게 맞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 10개 사립대에서만 정시 선발 인원이 2019학년도 대입보다 953명(11%) 늘어났다. 수험생들이 선호하는 상위권 대학들이다 보니 대입 판도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통상 4∼9%인 수시 이월 인원까지 포함하면 정시 비중이 40%까지 올라가는 대학도 있을 것”이라며 “고2 학생들은 대입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 정시 확대되면 강남 재학생과 재수생 유리

서울 상위권 대학은 정시 비중이 축소된 상황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율을 높여 우수 학생을 미리 독점해 왔다. ‘내신 부풀리기’ 등 일반고 내신에 대한 불신이 크다 보니 정성평가인 학종을 통해 특목고 자사고 학생들을 대거 선발한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반면 정시 인원이 늘어나면 서울 강남 학생과 재수생이 유리해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 분석에 따르면 2005∼2015학년도 서울 자치구별 수능 고득점자(국어 수학 영어 2등급 이상) 비율은 강남구→서초구→양천구 순이었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학생이 몰린 강남 학생들이 내신등급은 떨어지지만 수능 점수는 높았다. 학종에 포함되는 내신성적이나 비교과활동에 신경 쓸 필요 없는 재수생도 유리해진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정시 확대로 내신이 안 좋은 학생들은 ‘역전의 기회’가 생기고, 내신이 좋은 학생들은 대학으로 가는 문이 좁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 진보교육계도 ‘교육부 때리기’

교육 이슈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도 더욱 커지고 있다. 진보적인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여당과 정부의 대입 정책 제안은 수능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참여정부 이후 10년 이상 이어진 공교육 정상화라는 교육적 흐름을 거스르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교사 단체도 교육부 비판에 가세했다. 진보성향 교사 모임인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수능 회귀는 미래형 교육을 망친다”며 이날부터 11일까지 정시 확대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반면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수시에서 수능 성적을 반영하고 정시 모집을 더 늘려야 한다”며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여권 관계자는 “대선 공약집을 만들 당시에도 문재인 캠프의 ‘현실론’과 진보교육 진영의 ‘이상론’이 상당한 마찰을 빚어 수시 정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담지 못했다”며 “이제라도 교육의 미래를 그려놓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않는다면 혼선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김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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