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확성기]<4> 호응 못 받는 中企 채움공제
정부는 2016년부터 청년이 2년간 300만 원을 내면 정부와 기업의 추가 납입금으로 만기 때 1600만 원을 만들어주는 청년공제를 도입했다. 올 3월에는 이 제도를 더욱 확대해 청년이 3년간 600만 원을 내면 3000만 원을 탈 수 있게 해주는 3년 만기형 공제를 도입했다. 임금 측면에서 대기업과의 격차를 줄여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만난 청년들이 생각하는 ‘좋은 일자리’는 돈만 많이 주는 곳이 아니었다.
○ ‘돈과 미래를 맞바꿀 생각 없다’
지난해 9월 수도권의 한 정보기술(IT) 업체에 입사한 김동규(가명·29) 씨의 목표는 뜻밖에도 ‘이직(移職)’이었다. 정부는 중소기업에 오래 근무하면 목돈을 준다지만 김 씨는 돈 때문에 미래가 걸린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했다.
오래 근무해야 불입금을 탈 수 있는 청년공제는 이직이 빈번한 업종에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장모 씨(31)는 자신이 속한 디자인업계에서는 청년공제로 혜택을 보기 힘들 것이라고 봤다. 업종 특성상 입사 초반에는 계약직으로 근무하며 옮겨 다니는 청년이 많기 때문이다. 장 씨도 벌써 세 번째 회사에 다니고 있다. 그는 “계약직이라서 어쩔 수 없이 이직하는 청년들도 그동안 거친 회사가 중소기업이라면 혜택을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계약직도 목돈 마련할 기회 달라”
청년들이 이 제도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김명정 씨(24)는 “중소기업을 준비하는 취준생에게는 근속을 유도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며 자신도 취업하면 신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존 취업자들은 중소기업 재직자들을 위한 내일채움공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이 제도는 근로자와 회사가 1 대 2 비율로 납입해 5년 동안 목돈을 모아주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2만2920명이 가입했다. 전체 중소기업 재직자(1350만 명)의 0.2% 수준이다. 기업 참여율도 0.3%에 머물렀다.
이는 기업들이 인건비 추가 부담을 우려해 제도 가입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회사에 재직했던 이모 씨(31)는 “내일채움공제를 문의했더니 회사가 오히려 월급을 깎으려 해 가입을 포기하고 퇴사했다”고 했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정부 보조금을 3년간 1080만 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기업 부담금이 1200만 원에 이른다.
○ 청년 자존감 높이는 ‘히든 챔피언’ 키워야
청년들을 채용해야 할 기업인들은 공제제도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경기 김포시의 한 제조업체 대표 박모 씨는 “청년들이 일자리 대책으로 받은 돈을 퇴직금 삼아 퇴사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서울의 한 전산업체 대표 박모 씨도 “청년 입사자들로선 3년 뒤 목돈을 받은 다음에는 낮은 연봉을 감수해야 하는데 이를 감당할 청년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시적 정책에 대한 불신이 청년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계에도 퍼져 있는 셈이다.
이건혁 gun@donga.com·구특교·김준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