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경찰 “체포해도 보상 없어서”… 레미콘 차량서 경유 훔치다 구속
“사비로 차량을 운행하면서 수배자를 검거해도 아무런 보상이 없지 뭡니까. 그래서 경유를 훔치게 된 겁니다.”
길가에 세워진 레미콘 차량에서 기름을 훔쳤다가 구속된 경찰관의 뒤늦은 후회다.
대전 대덕경찰서는 대전시내 모 경찰서에서 여성 및 청소년 범죄 수사를 담당하던 A 경사(42)를 10일 절도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름 도난 신고를 받은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했다. A 경사를 용의자로 압축해 가면서 경찰은 매우 놀랐다고 한다. 범인이 경찰, 그것도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이라는 점에서 한 번 놀랐고, 성실하고 업무 능력을 인정받는 경찰이라는 점에서 또 한 번 놀랐다는 얘기다.
A 경사는 지구대에서 근무할 때 ‘검거왕’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수배자를 붙잡는 실적이 좋았다. 비번 날에도 검거활동에 나선 것으로도 알려졌다. 경찰서장 표창을 받고 일부 언론에 검거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A 경사 주변 사람의 말에 따르면 그 같은 성과를 올렸음에도 2015년 특진 심사에서 탈락하자 크게 낙심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A 경사와 같이 근무했던 사람들 모두 그의 범행 소식을 듣자 ‘그 친구가?’라고 반문하며 경악했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