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혁 경제부 기자
이내 혼란은 분노로 바뀌었다. 초등학교 시절 우유팩을 씻어 버리며 체득했던 재활용 관련 교육 과정에 대해 의심이 차올랐다. 진짜 환경보호에 도움을 주는 분리수거가 되고 있는 건가. 여기에 종량제 규격봉투 가격마저 오른다는 소식까지 들려온다.
이번 사태의 출발점은 전 세계 재활용 쓰레기의 50%를 빨아들이던 중국의 수입 중단조치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의 재활용 쓰레기 일부가 한국으로 들어와 재활용 쓰레기 단가 폭락을 야기했고 수거업체들의 수거 거부로 이어졌다. 하지만 중국이 수입 금지를 발표한 게 지난해 7월인 만큼 정부의 늑장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다른 부처도 “환경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태도였다. 기획재정부도 딱히 재활용 쓰레기와 관련된 세금 문제나 예산 지원 등을 검토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다른 이슈 같았으면 으레 열렸을 범부처 태스크포스(TF) 소식도 없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확실한 대책’을 주문했지만 환경부 이외 다른 부처들의 무관심은 놀라울 정도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국민의 노력이 필요하다. 2017년 기준으로 한국인 한 명당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64.12kg으로 세계 2위. 한 명이 쓰는 비닐봉지는 연간 420개다.
하지만 국민의 참여만으로 쓰레기를 단숨에 줄이기는 쉽지 않다. 범국민적 노력과 함께 중국의 수입 금지에 속수무책으로 흔들린 국내 재활용 쓰레기 처리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병행돼야 한다. 기업에 재활용하기 쉬운 소재를 쓰도록 유도하고, 쓰레기 배출을 줄인 상품에 대해 인센티브를 확대하려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 정부가 쓰레기를 줄이자는 대국민 캠페인만으로 이번 사태를 해결하려 들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이건혁 경제부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