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업 ‘크레이더스’ 요양보호사들의 경험 반영 배뇨-배변 상황 실시간 확인, 감염 예방-비용까지 고려
크레이더스는 기저귀를 사용하는 환자들의 위생 문제와 인권문제, 비용, 폐기물 발생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을 개발하는 업체다. 베링거인겔하임 제공
더 건강한 미래를 위한 헬스케어 혁신가를 만나다 <1>
《본보는 헬스케어 분야의 이슈를 해결하는데 앞장서는 사회혁신 기업가들을 소개합니다. 베링거인겔하임, 아쇼카와 함께 ‘더 건강한 미래를 위한 헬스케어 혁신가를 만나다’를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사물인터넷(IoT), 소프트웨어 전문가, 위생용품 기획·제조·유통 전문가들이 손잡고 실시간 배뇨·배변 상황을 알 수 있는 스마트 기저귀를 개발했다.
크레이더스는 ‘존엄 케어의 시작’을 목표로 하는 헬스케어 혁신기업이다. 자신의 의지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환자들이 사용하는 기저귀 역시 인간의 존엄이라는 관점에서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환자들은 젖은 상태의 기저귀를 착용한 채 장시간 방치되는 일이 흔해 짓무름, 발진, 욕창 등 2차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 특히 무더운 여름에는 기저귀 교체 시기가 조금만 늦어져도 피해는 더욱 커진다. 반대로 당장 갈지 않아도 되는 기저귀를 지나치게 자주 교체해 과도한 비용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다른 환자들과 함께 생활하는 병실 안에서 별도의 가림막 없이 기저귀를 교체하는 일도 많아 환자들의 인권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폐기물 배출량도 문제다. 젖은 기저귀는 두세 장만 돼도 1kg에 달해 생산자와 의료기관의 비용 부담이 크다. 최근에는 폐기물을 받지 않는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크레이더스는 단순히 문제를 인식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실제 요양보호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 결과 ‘기저귀는 만져봐서 흥건히 젖지 않았으면 굳이 갈지 않는다’, ‘밤에는 자야 하니 오후 9시경 마지막으로 교체하고 다음 날까지 기다린다’, ‘한 번에 기저귀를 몇 장씩 깔아둬 새는 것을 방지한다’와 같이 충격적인 증언들이 이어졌다. 환자마다 배뇨·배변활동이 일정하지 않고 환자 스스로 기저귀 교체를 요청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간병인들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하고 있었다.
크레이더스는 환자들의 위생 문제와 인권문제, 간병인들의 비효율적이고 과도한 업무, 기저귀 비용, 폐기물 발생 등과 같이 기저귀 사용을 둘러싼 전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이들은 오랜 고민과 노력 끝에 실시간으로 배뇨 유무를 알려주는 ‘스마트 기저귀’와 환자들의 배뇨·배변활동, 기저귀 사용 전반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크레이더스는 스마트 기저귀가 상용화되면 실제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저귀 착용으로 인한 피부염 예방과 간병인들의 기저귀 교체, 확인업무를 약 30%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저귀 사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함으로써 폐기물 배출량과 처리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적인 인력 관리를 도모할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존엄케어의 관점에서 스마트 기저귀 및 통합관리 시스템을 제시한 크레이더스는 한국베링거인겔하임과 사단법인 아쇼카 한국이 함께 진행하는 ‘제4회 메이킹 모어 헬스 체인지메이커’의 최종 우승자로 선정됐다. 크레이더스는 프로젝트 지원금과 함께 국내 헬스케어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단과의 멘토링 워크샵 기회를 제공받는다.
‘메이킹 모어 헬스’는 베링거인겔하임과 아쇼카의 글로벌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글로벌 사회공헌 프로젝트다. 헬스케어 문제를 풀 수 있는 혁신적인 해결책을 가진 기업가를 발굴하고 지원해 더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4년부터 메이킹 모어 헬스 체인지메이커를 론칭해 공모전 형태의 사회혁신 기업가를 발굴·지원하고 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메이킹 모어 헬스 공식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