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께 꿈꾸는 혁신성장]<5> 사물인터넷 스타트업 ‘브런트’
남찬우 브런트 대표(아랫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직원들이 자신들이 개발한 사물인터넷(IoT) 기기들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 대표는 네이버와 현대카드에서 사용자경험(UX) 및 디자인 분야의 총괄책임을 맡았었다. 브런트 제공
올해로 창업 만 2년을 넘긴 브런트는 ‘첨단기술을 접목한 생활용품’을 개발하는 기업을 표방한다. 사물인터넷(IoT)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자체 개발해서 서비스한다.
“저희는 전자제품이나 얼리어답터들이 사용하는 하이테크 기기가 아니라 ‘생활용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제품을 개발해요. 이를테면 제조사 공기청정기는 거실에 덩그러니 놓여 있도록 구성돼 있어요. 우리는 책상 위에 전시해 두는 장식품처럼 기기를 만들죠.”
회의실에 들어서니 220V 콘센트와 USB 단자 2개가 결합된 멀티탭 ‘브런트 코드’,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플러그’ 등 각종 제품이 쌓여 있었다. 회의실 테이블 곳곳에는 집안에서 사람의 행동을 분석한 결과를 나타낸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일상에서 불편한 사항과 개선 방안 아이디어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IoT 제품 제작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담긴 흔적이었다.
브런트가 2016년 3월 설립된 뒤 출시한 다양한 IoT 제품 중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상품은 바로 ‘IoT 블라인드’다. 스마트폰을 통해 음성 명령으로 블라인드를 여닫을 수 있다. 이 제품은 영국에서 반응이 뜨겁다. 정식 출시 전인데도 지난달까지 예약 주문만 4억 원어치를 받았다. 이달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브런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사 플랫폼 안에서 집안 내 블라인드, 공기청정기 등 IoT 기기들이 적정 온도에 맞게끔 알아서 작동되도록 ‘리빙테크’를 구현하는 것이다. SW 스타트업과는 달리 HW를 만들려면 금형 하나 짜는 데도 금형을 비롯해 양산비용 등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관련 운영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인지 브런트는 지난달 26일 네이버, 카카오벤처스(카카오 투자 자회사)로부터 15억 원을 투자 받았다. 양대 포털 관련 회사가 공동으로 투자에 나선 건 처음이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대기업과의 미팅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구글, 신세계, LG유플러스, KT….’ 남 대표의 스마트폰 캘린더에 빼곡히 적힌 이달 4일의 미팅 일정이었다.
투자 유치로 대기업과의 관계도 돈독해지고 있다. 브런트는 IoT 기기를 만드는 만큼 이를 제어할 스마트폰, AI 스피커 등의 기기가 필요하다. 대체로 대기업이 생산하는 기기다. 대기업도 IoT 기기 등 사용처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에 브런트는 네이버, 카카오 투자를 계기로 대기업이 제공하는 AI 스피커와 자사 서비스를 연동할 수 있게 됐다.
남 대표가 네이버 ‘클로바 앱’을 켜고 “클로바, 4번 플러그를 꺼줘”라고 말했더니 사무실 내 해당 전원과 연결돼 있던 전등의 불이 꺼졌다. 그는 “향후 카카오 스마트홈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며 “대기업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첨단 기술을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