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이와 충돌하지 않으려면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다. 아무리 완벽한 사람도 항상 모범적으로 행동하지는 못한다. 어쩌다 말실수를 할 수도 있다. 사춘기 아이들은 이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한 사람 안에 좋은 점, 미숙한 점이 모두 공존한다는 아주 당연한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다. 평소 아무리 잘해줘도 한 번 잘못하면 금세 배신감에 치를 떨며 완전히 등을 돌려 버리고, 장점이 매우 많은 사람임에도 작은 단점 하나로 완전히 평가 절하해 버리기도 한다. 이러한 경향은 아이가 기대를 많이 한 대상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에게 더하다. 그래서 교사나 부모로부터 마음이 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것 때문에 사춘기 아이들은 아주 시니컬해지기도 한다. 사람이 싫고, 세상도 싫고, 믿을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조차 ‘모’ 아니면 ‘도’ 원리를 적용한다. 열 번 잘하고 한 번 실패해도 ‘어떻게 이런 점수를 받을 수 있어. 난 정말 형편없어’ 하고 크게 좌절해 버린다.
왜 이렇게 이분법적인 사고를 하는 걸까? 아직 통합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미숙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현상을 여러 관점에서 다양하게 보고 이해하려면 통합적인 사고가 가능할 만큼 뇌가 발달해야 한다. 이 시기 아이들은 그것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이 몰입하고 있는 한 가지 관점으로만 세상을 보는 것이다.
아이가 “저 좀 나갔다 올게요”라고 한다. 이럴 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대화는 누구를 만나는지, 몇 시까지 올 것인지 정도만 묻는 것이다. 아이가 “친구들 만나러 가요”라고 하면 “학교 친구들?” “네” “몇 시까지 올 생각인데? 늦게 오면 엄마가 걱정하는 거 알지?” “10시까지 들어올게요” 이 정도가 적당하다. 여기에 “누구누구 만날 건지 정확히 말해. 걔네들 전화번호 다 적어놓고. 참, 어디 어디 갈 거지? 뭐 하고 놀 거니” 하면서 꼬치꼬치 캐물으면 아이는 기분이 팍 상해 버린다.
사춘기 아이들은 ‘독립적인 인간’이 되는 걸 지상과제로 생각한다. 부모가 자기한테 너무 붙어 있다는 생각이 들면 부모를 떼놓는 데 혈안이 돼 모든 에너지를 거기에 써버린다. 그래서 정작 부모가 하는 말이나 충고를 받아들일 여력이 없다. “뭐가 그렇게 알고 싶으신데요? 몰라요. 몰라” 이렇게 된다. 따라서 아이에게 어떤 말이 전달되게 하고 싶다면 반드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말해야 한다. 그 이상이 정 궁금하다면 “네가 이렇게 늦은 시간에 나가는데 엄마가 어떤 친구들과 만나는지는 대충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혹시 뭔가 곤란한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식으로 말하는 것이 좋다. 이것이 사춘기 아이와의 현명한 ‘밀당’이다. 이 시기 아이들은 절대 너무 당겨서는 안 된다. 그러다 줄이 끊어져 버리면 다시는 이어 붙일 수 없는, 회복 불가능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