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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리카도와 비교우위

입력 | 2018-04-11 03:00:00



15∼18세기 자본주의 초기에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는 중상주의가 유행했습니다. 중상주의는 자기 나라의 부를 증대시키기 위해 수출을 늘리고 수입은 억제하는 무역 정책입니다. 그 중상주의를 통렬히 비판하며 자유무역의 필요성을 주장한 학자가 있었습니다. 무역 이론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영국의 고전파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1772∼1823·사진)가 대표적입니다.

만약 리카도가 살아 있다면 관세장벽을 세워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려는 현재 상황에 대해 어떤 훈수를 둘까요. 그는 ‘정치경제학 및 과세의 원칙 연구’(1817년)라는 책에서 자유무역의 필요성을 실증적으로 제시합니다.

리카도는 노동가치설에 입각하여 투입되는 노동량이 생산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봅니다. 생산비는 곧 그 상품에 투입되는 노동 비용이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직물 1단위 생산에 영국은 100, 포르투갈은 90의 생산비(노동량)가 들고 포도주 1단위 생산에 영국은 120, 포르투갈은 80의 생산비가 든다고 가정합시다. 포르투갈은 영국에 비해 직물과 포도주 모두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습니다. 즉 포르투갈은 생산 기술이나 자연 조건 등의 차이로 직물과 포도주 모두 절대 우위를 갖고 있습니다. 과연 이 경우에도 교역을 하는 것이 유리할까요?

리카도에 따르면 두 나라 모두 교역을 하는 것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이득이라고 주장합니다. 그 원리는 이렇습니다. 직물에 대해서는 90(포르투갈) 대 100(영국), 포도주에 대해서는 80(포르투갈) 대 120(영국)이니까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상대적으로 더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습니다. 교역을 하지 않을 때 포르투갈은 직물과 포도주 각 1단위씩을 생산하는 데 170의 생산비가 들지만, 포도주에 특화하여 2단위를 생산한 다음 1단위를 영국의 직물과 바꾸면 160의 생산비로 동일한 결과를 얻게 됩니다. 그러므로 포르투갈은 교역을 통해 노동 10만큼 이득이 생깁니다. 이 노동 10을 특화된 포도주에 투입하면 교역을 하지 않을 때보다 8분의 1만큼의 포도주를 더 얻게 되는 것입니다. 영국 역시 교역을 하지 않을 경우 직물과 포도주 각 1단위씩 생산하는 데 220의 생산비가 들지만, 직물에 특화하여 교역을 하게 되면 200의 생산비로 동일한 결과를 얻게 되므로 노동 20만큼의 이득이 생겨 10분의 1만큼의 직물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게 됩니다.

리카도에 따르면 포르투갈은 포도주에, 영국은 직물에 비교 우위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한 국가가 상대적으로 더 적은 기회비용(어떤 것을 선택함으로써 포기한 것들 가운데 가장 가치 있는 것)으로 상품을 생산할 수 있을 때, 이 상품에 대해 비교 우위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 경우 비교 우위가 있는 상품을 특화해 수출하고 비교 열위 상품을 수입하는 방식으로 교역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즉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비해 특정 상품에서 절대 우위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유무역을 하는 것이 서로에게 이득이 된다는 것이 비교 우위론의 핵심입니다.

무역전쟁으로 인해 교역량이 줄면 세계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줍니다. 과연 승자 없는 싸움을 위해 어느 나라가 방아쇠를 당길까요? 아니면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할까요? 관세장벽을 세워 무역을 억제하는 행태를 일갈하는 리카도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