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운 정치부 기자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세계에서 금속활자로 찍은 가장 오래된 책으로 프랑스에서 보관 중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1377년 간행·이하 직지·사진)의 첫 국내 전시를 위해 ‘압류면제법’ 발의 서명을 받으려 최근 접촉한 같은 당 의원에게서 들은 말이다. 이 법은 해외 문화재를 들여와 전시할 때 압류·압수를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인데 일부 시민단체가 법안에 반대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자칫 문화재 환수를 반대하는 것처럼 비칠까봐 우려스럽다”며 서명을 거부했다는 것. 그가 언급한 선거는 두 달 뒤 6·13지방선거와 2년 뒤 국회의원 총선거를 말한다. 노 의원 측은 한 달 넘게 발의 정족수(10명)도 못 채우다가 12일에야 법안을 가까스로 발의한다.
표를 먹고 사는 국회에서 선거는 정언명령(定言命令)과도 같은 건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법은 선거 이상의 가치를 담고 있다는 게 학계와 문화예술계의 중론이다.
정부와 국립중앙박물관이 민주당 박경미 의원과 협의해 압류면제법 발의를 추진했으나,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닥쳐 2월 초 입법을 포기했다. 국회가 여론 눈치만 살피느라 130년 만의 직지 귀향(歸鄕)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노 의원 역시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원들의 비협조로 어려움을 겪었다. 국회 교문위와 본회의 통과도 선거를 앞두고선 그리 만만치 않아 보인다.
노 의원은 “언론 보도를 접한 뒤 국민의 문화향유권을 보장하려면 이 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노 의원 측은 법안 서명을 받기 위해 국회 교문위 소속 의원들은 물론 직지를 대표 지역 문화재로 홍보하는 청주·충북지역 국회의원들도 설득했다. 그러나 교문위 위원 28명 중 고작 3명만 서명에 동참했을 뿐이다.
문화재 환수 논란이 국제 문화교류에 차질을 빚자 미국과 프랑스, 독일, 영국, 일본, 스위스,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 세계 각국이 압류면제 조항을 뒀다. 우리 국회도 말로만 문화강국을 외치지 말고, 직지 감상을 갈망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
김상운 정치부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