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착륙중 강풍에 밀려 탑승객들 튕겨나가 12명 부상 작년 5월 영업 1년만에 사고
다시 상승한 열기구는 인근 풀밭에 닿았다가 솟아오르기를 서너 차례 반복하며 150m가량 끌려갔다. 이 과정에서 탑승객 12명 모두 기구에서 튕겨 나갔다.
열기구는 삼나무 숲에 걸려서야 멈췄다. 홀로 남아 열기구를 조종하던 김 씨는 의식을 잃고 머리에서 피를 흘린 채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삼나무에 머리를 부딪친 것으로 추정된다. 고사리를 캐던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119 구조대는 김 씨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이 열기구는 앞서 이날 오전 7시 35분경 제주시 조천읍 와산리 마을운동장에서 출발했다. 당초 구좌읍 송당리에서 이륙하려다 바람이 다소 강해 출발지를 바꿨다. 바람을 따라 가다 지상지원팀과 교신하며 적당한 평지에 착륙하기로 돼 있었다. 순간 초속 10m가량의 강풍이 불었지만 비행은 순조로웠다고 한다.
사고 열기구는 높이 35m, 폭 30m로 국내에서 가장 크다. 영국 열기구 전문제작업체 캐머런 벌룬스 제품이다. 2015년 국내에 도입했지만 제주지방항공청이 3차례나 비행 승인을 내주지 않았다. 바람이 거세고 돌풍이 많아 경로를 이탈할 확률이 높고, 풍력발전기나 고압송전탑 같은 장애물이 있어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경찰은 열기구 업체 측이 초속 3m가 넘는 바람이 불었는데도 비행을 강행한 건 아닌지 조사하고 있다.
국내 열기구 추락사고는 이번이 두 번째다. 1999년 4월 제주 열기구대회에서 강풍에 떠밀린 열기구가 고압선에 걸려 추락해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