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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길진균]화제의 저커버그 청문회

입력 | 2018-04-13 03:00:00


“페이스북을 무료로 서비스하면서 어떻게 돈을 벌죠?” 10일 미 의회 증인석에 앉은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는 다소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예 의원님, 광고로 돈을 법니다”고 답했다. 이용자 8700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 파문으로 인해 미 의회에서 이틀 동안 열린 청문회에서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이나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한 상원의원의 돌출 질문이었다.


▷44명의 상원의원이 참석한 첫날 청문회를 두고 CNN은 ‘디지털 문맹’에 가까운 의원들이 저커버그를 살렸다고 지적했다. 청문회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11일 하원 청문회는 사뭇 달랐다. 100명에 가까운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고, 저커버그의 답변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저커버그는 자주 물을 마시며 초조함을 드러냈다. 그는 “전적으로 내 책임” “큰 실수”라고 거듭 사과하며 진땀을 흘렸다. 미 언론은 “그에게 두 번째 라운드는 좀 더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정보기술(IT) 업계의 고정관념과 관습에 대한 거부를 상징하는 티셔츠와 청바지를 늘 입던 저커버그는 이틀 동안 양복과 넥타이를 갖춰 입었다. 뉴욕타임스는 저커버그의 정장을 ‘아임 소리 슈트(I‘m Sorry Suit·반성 정장)’라고 표현했다. 사회의 규범을 존중하는 기업인이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선택이다. 저커버그가 10cm가 넘는 높이의 검은색 쿠션을 깔고 앉은 모습도 화제였다. 의회에서 기죽지 않으려는 저커버그의 힘겨운 노력을 보여준 장면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미 상원(100명) 의원들의 평균 연령은 61세, 하원(435명)은 57세다. 34세의 저커버그는 해야 할 말, 하고 싶은 말을 했다. 호통과 질책이 아예 없진 않았지만 대다수 의원들은 차분히 그의 말을 들었다. 증인을 향한 고함과 윽박지르기, 망신 주기 등으로 파행하기 일쑤인 우리 국회 청문회와는 달랐다. 그러고 보니 청문회의 영어 표현은 ‘hearing(듣기)’이다.
 
길진균 논설위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