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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지루하고 어렵다고요? 예습 좀 하면 격렬한 감동 선사”

입력 | 2018-04-13 03:00:00

이경재 단장의 ‘오페라 사귀는 법’




이경재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은 “원형 그대로의 오페라를 선보여야 한다는 강박에서 조금 자유로워졌다. 현대 관객의 기호를 고려해 작품을 재구성하는 시도도 필요하다”고 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오페라(Opera)’는 꼭 문화생활의 핸디캡 같다. 친숙한 듯 낯설고, ‘한번 볼까’ 하다가도 이내 마음을 접게 된다. 때마침 오페라의 계절이다. “오페라는 꼭 한번 경험해볼 만한 인류 문화사의 정수”라고 말하는 이경재 서울시오페라단 단장(45)으로부터 오페라를 쉽게 즐기는 법을 들어보았다.

△초급반

―오페라라는 단어가 주는 부담이 있습니다.


“영화 드라마가 등장하기 전 서양 사람들은 오페라를 보고 즐겼습니다. 1900년 초반까지 오페라 스타를 두고 팬끼리 다투기도 했죠. 마치 아이돌 스타에 대한 팬덤처럼요. 오페라도 즐기기 위한 장르입니다.”

―지루한 장르 아닌가요.

“일단 그 매력에 빠지면 오페라만큼 격렬한 예술적 감동을 주는 장르가 없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오페라 400년 역사상 레퍼토리 2만여 개 가운데 200여 개가 살아남았다면 그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 그 매력에 빠질 수 있을까요.

“최근 우연히 스킨스쿠버를 했는데, 처음 본 심해에 전율이 일더군요. 그 풍경은 바다가 탄생한 태초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겠지요. 오페라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경이로운 순간을 위해 바다에 풍덩 빠지듯 마음을 열어볼 만하지 않을까요?”

△중급반

―오페라를 보기 전에 준비할 것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죠. 관련 정보를 수집하세요. 검색도 좋고 원작소설을 읽거나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봐도 좋습니다. 국내에선 ‘투란도트’ ‘라 트라비아타’ 등이 잘 알려졌죠. 의상 음악 배우 등 뒤지다 보면 관심 분야가 생길 거예요.”

―자리에 앉았는데 벌써 졸음이 밀려옵니다.

“편견입니다. 마음과 귀와 눈을 활짝 열어젖히세요. 오페라는 4차원(4D) 예술이에요. 첫째, 발성을 통해 수백 석 홀에 음색이 울려 퍼지는 게 신기하지 않나요? 둘째, 오케스트라 음악이 나를 향해 돌진합니다. 귀를 열고 아는 악기의 소리를 찾아보세요. 셋째, 무대장치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죠.”

―외국어로 부르는 노래가 생소한데요.

“알고 보면 당신이 아는 오페라 곡이 상당할 겁니다. ‘카르멘’의 투우사의 노래, 하바네라, 서곡은 휴대전화 단골 벨소리예요. 영화 ‘쇼생크의 탈출’에서 주인공이 죄수들에게 들려주는 아리아는 ‘피가로의 결혼’ 속 편지의 이중창이죠. 정 답답하면 자막을 보세요.”

△고급반

―최근 극의 시대 배경 등을 바꿔 연출하는 레지테아터(Regie-Theater)가 두드러집니다.

“기호의 시대예요. 오페라도 다양한 장르로 변해야 한다고 봐요. 서울시오페라단이 4월 26∼29일 선보이는 ‘투란도트’의 배경은 중국이 아닌 폐허로 변한 미래예요. 제9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에 오르는 ‘썸타는 박사장 길들이기’도 ‘피가로의 결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습니다.”

―한국에서 오페라가 더 인기를 얻을까요.

“한국 오페라 역사는 이제 70년입니다.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왔다면 이제 바로 설 차례라고 생각해요. 최근 국내 연출가들의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클래식의 깊이와 전율이 갖는 힘은 생각보다 강력합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