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민형사책임 묻는 법안 서명
세계 최대 다국적 인터넷 기업들이 몰려 있는 미국이 ‘온라인 성매매와의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1860억 달러(약 200조 원·2016년 기준)로 추산되는 세계 성매매 산업이 크게 위축될지 주목된다. 사이버공간을 통한 성매매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한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FOSTA가 발효하게 된 것은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온라인 성매매 사이트인 ‘백페이지닷컴’의 영향이 컸다. 백페이지닷컴은 세계 약 100개국, 1000여 개 도시에서 최근까지 성업했던 온라인 광고 사이트로, 5억 달러에 이르는 수익의 99%를 불법 성매매 중개를 통해 벌어들였다. 미국 실종학대아동센터(NCMEC)는 “미국 내에서 벌어지는 아동 성매매의 73%에 백페이지가 연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2016년 12월 일리노이주에서 데즈리 로빈슨이라는 16세 여성이 이 사이트를 통해 성매매를 하려던 남성을 만났다가 칼에 찔려 사망한 사건이 일어나 미 전역이 발칵 뒤집혔다. 지난해 2월엔 백페이지닷컴에서 성노예로 팔렸던 13세 딸을 구출해낸 가족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아이엠 제인 도’가 해당 법안이 만들어지는 데 결정적 여론 형성을 했다.
국내 온라인에서도 성매매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다. 방문자가 많은 인터넷 사이트는 물론이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성매매 관련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단속이 쉽지 않다. 제작자와 유포자는 처벌할 수 있지만 콘텐츠가 게재된 사이트 운영자에 대해선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곳은 해외에 본사를 둔 인터넷 사이트와 SNS다. 국내법 적용이 쉽지 않다 보니 처벌은커녕 수사 착수조차 쉽지 않다. 이 경우 운영자는 고사하고 콘텐츠 제작자와 유포자 추적도 어렵다. 성매매 콘텐츠의 온상으로 떠오른 포털 사이트 야후의 SNS ‘텀블러’는 한국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자율심의 협력 요청에 “미국 국내법을 따른다”며 거부하기도 했다.
주성하 zsh75@donga.com·김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