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6·13 교육감 선거, 교육정책 대충돌 올해 교육감 선거 이슈는?
14일로 딱 60일 앞으로 다가온 6·13시도교육감 선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 교육감 선거는 초중고교 교육 환경에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감은 자립형사립고나 특목고 폐지 권한 등을 갖고 있어 초중고교생들의 진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번 선거는 2010년 이후 세 번째 치러지는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 동시 선거’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도 있다. 2014년 선거에서 17개 광역지자체 중 13곳을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차지한 데다 진보 진영의 문 대통령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전 경기도교육감) 체제에서 치러지는 선거여서 진보 측 교육정책에 대한 평가의 의미도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감 선거는 진영 논리를 떠나 교육의 본질적인 사명을 다하기 위한 적임자가 선출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육감 선거의 의미와 쟁점, 예비후보 동향 등을 소개한다.》
“일반고 전성시대 정책으로 교육 활동이 다양해지고 체험 참여형 프로그램과 수업이 늘어나 학생들의 자아 존중감이 크게 올랐다.”(조희연 서울시교육감실 자료)
“진보 교육감 시대가 9년째 계속되면서 교실이 붕괴되고 교권이 추락했다.”(임해규 경기도교육감 예비후보)
○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 중간평가?
보수 성향 교육감 예비후보들은 “이번 교육감 선거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대입제도 개편안을 놓고 벌어진 혼선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질 태세다.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대학수학능력시험 비중 줄이기’ 기조를 강조했음에도 제대로 된 논의나 합의 없이 정시 모집 확대를 추진해 교육 현장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것. 나아가 교육부가 최근 다양한 조합의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제시해놓고 국가교육회의에서 결정해달라고 한 건 무책임한 태도라는 게 보수 진영의 주장이다.
보수 성향 교육감 후보들은 또 진보 교육감들이 강조해온 ‘혁신학교’ 설립 및 확대 움직임도 주 공격 대상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경기도교육감으로 취임한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설립이 추진됐던 혁신학교는 ‘전인교육’을 강조하는 자율학교다. 교사와 학생이 자율적으로 교과과정 개발과 학교 운영을 추진하고, 토론 중심의 수업을 강조한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중·장기적으로 공교육 정상화와 다양화에 기여한다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혁신학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진보 성향이 강한 교사들이 중심이 돼 운영한 경우가 많았고, 의사결정 구조가 지나치게 평교사 중심이라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체험 중심의 ‘혁신학교’ 때문에 기초소양 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학력이 저하됐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임해규 예비후보는 “혁신학교는 예산 차별 문제를 불러온 열등학교가 됐다”고 주장했다.
혁신학교 논란의 기저엔 수월성과 형평성 중 어디에 중점을 둘지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의 차이가 깔려 있다. 자립형사립고(자사고)나 특수목적고(외국어고 과학고 국제고 등) 존폐 논란도 여기서 비롯된다. 서울의 경우 현재 공립 특목고 19개교, 자사고 23개교이고 일반고와 특성화고가 각각 188개교와 70개교다.
진보 성향 교육감 후보들은 자사고와 특목고 폐지 혹은 대대적인 개편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자사고와 특목고가 실제 설립 취지와는 다르게 ‘명문대 특수 학원’으로 변질됐다고 본다. 자사고와 특목고가 우수한 학생을 우선 선발해 상위권 대학에 많이 보내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는 것. 특히 외고와 과학고 등은 교육과정 개편을 추진해 운영할 수 있지만, 사립고 중 교육과정, 교원인사, 학사관리 등에서 학교가 광범위한 자율성을 갖도록 한 형태인 자사고에 대해 부정적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측이 임기 중 성과로 유치원 공공성 강화, 일반고 전성시대를 제시한 것도 같은 이유다. ‘서울형 혁신학교 확대’ 등도 교육기회 평등과 보편성 강화 교육의 일환이다.
그러나 보수 성향 교육감 후보들은 교육의 다양성과 수월성을 위해 자사고와 특목고의 필요성을 인정해 왔다. 이들은 자사고와 특목고를 지금처럼 유지하되 논란이 되고 있는 이 학교들의 ‘학생 우선 선발 특권’만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이념 성향을 중도라고 밝힌 조영달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는 “지금까지 서울 교육은 교육평등 학생창의 학교안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불평등 해소’에 몰입하다가 창의와 안전은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다.
교육감 후보들은 ‘학생인권조례’를 놓고서도 치열한 논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추진해 일부 시도에서 도입된 학생인권조례는 △교내 체벌 금지 △야간자율학습·보충수업 참여 자율화 △두발·복장 전면 자유화 △성적 지향으로 인한 차별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진보 성향 교육감 후보들은 학생인권조례를 민주적인 학교운영과 시민교육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로 본다.
반면 보수 성향 교육감 후보들은 학생인권조례가 실질적인 학생 지도를 방해하고, 교사들의 권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고 한다. 일부 후보는 성적 지향으로 인한 차별 금지 같은 조항이 ‘동성애 인정’ 같은 논란이 있는 가치를 학생들에게 전파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 정치색 더 짙어진 교육감 선거
서울시교육감 투표용지의 특정 후보 기호는 25개 구(區)마다 다르다. 다른 시도도 마찬가지다. 특정 후보가 유리한 번호를 독식하는 것을 막는 것이 주요 이유지만 특정 정당과의 연관성을 제거해 정치색을 배제하려는 것도 한 이유라고 한다. 그러나 2006년 관련법이 마련된 뒤 10여 년이 지난 교육감 직선제에 대해 김흥주 세명대 교수는 “직선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학교 행정 운영 참여가 늘어난 것이 성과”라면서도 “직선제 이후 실제로는 정치색이 더 짙어졌다”고 했다. 서경대 구자억 교수는 “교육감의 성향이 교육 내용과 방향에도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구자룡 bonhong@donga.com·이세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