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외환시장 개입 정황 공개 압박
○ “인위적 개입으로 원화 가치 저평가”
현재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한국 중국 인도 정도만 외환시장 개입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투명성 제고’라는 명분으로 한국이 정보를 공개하는 흐름에 동참하라고 압박 중이다. 이런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경고장을 내민 셈이다.
○ 3, 6개월 단위 공개 방안 검토
초강대국 미국이 무역적자 해소에 총력전을 펴는 국면에서 한국이 외환시장 개입 내용을 어느 정도 공개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한국 정부가 국제금융시장에서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 내용 공개 방침을 밝히면 원화는 강세 흐름을 타면서 수출업체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는 원화 가치가 10% 상승하면 수출 물량이 0.12%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자동차 등 운송장비와 반도체 등 전기전자 분야의 영업이익률이 떨어질 수도 있다. 물론 원화 가치가 오르면 수입 물가가 낮아져 내수 진작과 소비 확대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 투기세력에 악용될 우려
아울러 정부는 외화 전체의 매수액과 매도액의 차이인 순매수액만 공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매수 및 매도 내용을 모두 공개하면 투기세력이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패턴을 읽고 지금보다 더 많은 투기적 거래를 시도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외환시장 개입 내용을 사상 처음으로 공개하기로 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의 사례를 검토하고 있다. 이들 3개 국가는 6개월 단위로 6개월의 시차를 두고 시장 개입 내용을 공개하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1∼6월) 중 시장에 개입했으면 하반기(7∼12월)에 이를 공표하는 식이다. 정부 당국자는 “IMF도 각국 정부가 불가피하게 시장에 개입하는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용인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정책 수단이 무력화되지 않는 범위에서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건혁 gun@donga.com / 최혜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