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무라카미 하루키의 인생 여행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연이 아름답고 인구 밀도가 낮은 조용한 나라를 좋아한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의 배경이 된 핀란드. 동아일보DB
22세 때 와세다대 동문인 요코와 결혼한 그는 ‘피터 캣’이라는 재즈 카페를 열고 일찌감치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고단한 일상을 견디며 쓴 첫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1979년)로 신인상을 받으며 소설가로 데뷔한다. 전업작가가 돼 쓴 ‘양을 둘러싼 모험’(1982년),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1985년)는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일본 문단에서는 혹평이 쏟아졌다. “버터 냄새가 난다” “비치 보이스나 맥도널드 등 미국 브랜드를 남발한다”며 ‘미국 팝 문화 숭배자’라고 공격했다.
오해와 비판을 피해 하루키 부부는 1986년 세계를 방랑하기 시작했다. 영국 그리스 이탈리아에서 비틀스의 음악을 들으며 ‘노르웨이의 숲’(1987년)을 집필했다. ‘상실의 시대’로 국내에 번역된 ‘순도 100% 연애소설’은 공허한 전 세계 청춘들의 심장을 훔쳤다. 격동의 전환기를 겪었던 1990년대 초 동유럽 및 러시아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독일에서 하루키 소설들은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그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원조다. 맥주 와인 위스키와 함께 나물 샐러드 면류 해산물 요리를 즐기는 미식가이기도 하다. 선호하는 여행지는 인구가 적어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 아이슬란드 핀란드 등 북유럽, 아일랜드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산지, 불교 국가 라오스의 루앙프라방, 미국 서부의 포틀랜드와 캘리포니아 내파밸리 와인 산지가 그의 행복 밀집지역이다.
김이재 지리학자·경인교대 교수
김이재 지리학자·경인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