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운전 차보다 사람이 먼저다]<3> 감속효과 충돌실험 해보니
경기 화성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충돌시험장에서 시속 60km로 달리던 승용차에 부딪힌 어른 크기의 더미(실험용 인형)가 차량 위로 공중제비 하듯 튕겨지고 있다. 더미의 머리와 다리 부위는 크게 파손됐다. 진짜 사람이었다면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제공
○ 생명 살리는 ‘10km 효과’
지난달 말 경기 화성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중형 승용차 한 대가 서서히 속도를 높였다. 엔진 소리가 커졌다. 속도계가 시속 60km를 가리킨 직후 ‘쿵’ 하는 소리가 났다. 키 170cm 정도의 성인이 공중제비 하듯 360도 회전한 뒤 땅에 고꾸라졌다.
현재 전국 도심의 일반도로 제한속도가 시속 60km다. 상당수 운전자가 ‘별로 빠르지 않다’고 여기는 속도이다. 하지만 이 속도에서 보행자 충돌사고가 발생하면 이처럼 치명적인 결과가 나온다.
속도를 10km 줄였다.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 차량과 마네킹 모두 온전한 상태로 고쳤다. 나머지 조건은 모두 같았다. 시속 50km로 달리는 차량에 마네킹이 부딪혔다. 이번에도 차량 보닛은 찌그러지고 앞유리가 깨졌다. 더미의 오른쪽 다리 무릎 아래도 분리됐다. 하지만 ‘공중제비’는 없었다. 마네킹은 차량의 보닛과 충돌한 후 그대로 밀려나갔다. 유리 파편도 튀지 않았다.
이날 실험 결과 시속 60km에서 보행자의 머리 부분 상해지수는 4078을 기록했다. 머리 상해지수가 4000이 넘으면 사망 확률이 80% 이상이다. 반면 50km에서는 절반을 웃도는 수준인 2697이었다. 속도는 불과 10km 느려졌지만, 사망 확률은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재완 한국교통안전공단 안전연구처장은 “10km의 속도 차이가 커 보이지 않지만 충돌에너지는 제곱으로 증가하는 탓에 보행자가 차량에 부딪힐 때 받는 충격은 비교할 수 없이 커진다”고 말했다.
○ 이유 있는 ‘스쿨존 30km’
차량이 천천히 달릴수록 운전자는 전방의 보행자를 일찍 발견할 수 있다. 제동시간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의 제한속도를 시속 30km로 정한 이유다.
만약 같은 속도로 달리는 차량과 충돌할 경우 어린이는 어른보다 더 큰 충격을 받는다. 어린이 통행이 많은 스쿨존에서 반드시 시속 30km 이하로 운전해야 하는 이유다. 스쿨존뿐 아니라 보행자가 많이 다니는 주택가 이면도로와 같은 ‘생활도로’도 마찬가지다. 이 처장은 “자동차 안전도 평가항목에 충돌 시 보행자 안전 확보를 포함하면서 각 완성차 업체들이 이를 설계에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과속하지 않고 보행자를 우선시하는 운전습관이다”라고 강조했다.
일본, 호주 등 해외에서는 일반도로 못지않게 일찍부터 생활도로 안전을 챙겼다. 생활도로에서의 차량 속도를 시속 30km 이하로 규정하고 엄격히 운영 중이다. 국내에서 볼 수 없는 시속 10, 20km짜리 도로도 쉽게 눈에 띈다. 적어도 내 집 앞에서는 누구나 안전하게 다닐 수 있게 하려는 정책이다.
한국 정부도 올해를 ‘안전속도 5030’의 원년으로 정해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도심 차량 속도를 시속 50km로, 생활도로 속도를 시속 30km로 줄여 자연스럽게 차량의 저속운행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화성=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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