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 노인일자리 ‘손끝공방’ 외롭고 형편 힘든 평균 69세 11명… 5월 판매위해 분주한 손길 “툭하면 화상에 상처투성이지만 공방 다니면서 살 힘 얻었다오”
17일 서울 마포구 ‘손끝공방’에서 평균 나이 69.2세 어르신들이 손수 만든 카네이션 브로치를 가슴에 달고 포즈를 취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이곳은 마포구와 우리마포시니어클럽이 노인 일자리를 위해 만든 ‘손끝공방’이다. 2014년 3월부터 인생 2막을 꿈꾸는 어르신들이 모여 카네이션을 만들어 판매한다. 가정의 달 5월을 앞둔 이맘때가 가장 바쁘다. 5월 한 달을 위해 남은 11개월 일하는 셈이다.
이렇게 카네이션 ‘한 송이’를 만드는 데 꼬박 15분이 걸린다. 평균 나이 69.2세인 이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공단을 자르고 붙이는 과정을 반복하느라 손끝은 상처투성이고 글루건을 다루다 화상도 자주 입는다. 김 씨는 “눈이 금세 침침해지고 어깨도 뻐근하지만 우리가 만든 카네이션을 누군가 가슴에 다는 상상을 하면 힘든 줄 모른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5시간 동안 카네이션 약 400개를 만들었다.
김현숙 씨(66·여)는 남편과 갑작스레 사별한 뒤 온종일 방에서 누워만 지냈다. 문득 생전에 자주 꽃을 사다주던 남편 모습이 떠올랐다. 꽃을 갖고 일을 한다면 덜 아플 것 같았다. 그런 마음으로 손끝공방을 찾은 지 3년이 흘렀다. 김 씨는 “여기가 아니었다면 우울증이 더 심해졌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요통 때문에 15년간 다니던 직장을 3년 전 그만둔 양문자 씨(69·여)는 두려워졌다. 아침에 일어나도 어디에 나갈 데가 없었다. 이러다 치매라도 걸릴 것 같았다. 양 씨는 “이 일이 나를 살렸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 해 평균 카네이션 6만 개를 개당 1200원에 판다. 주로 교회나 복지관을 비롯한 사회복지시설이 거래처다. 올해 목표는 6만5000개. 그러나 주문량은 약 3만2000개뿐이다. 목표 수량을 채울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 인상된 최저임금을 맞추지 못할 정도로 판매량이 저조하면 공방은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시니어클럽 직원들이 홍보전단지를 만들어 지난해 약 1000개 기업에 마케팅을 벌였지만 구매 회신은 190개사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한 송이에 1000원 하는 중국산 카네이션이다. 구 관계자는 “어르신의 눈물과 땀이 밴 카네이션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꽃향기 같은 이들의 땀내가 공방에 머물러 있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