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도 안남은 월드컵… 신태용 감독 인터뷰
신태용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서 이변을 일으켜 보겠다는 각오다. 17일 경기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만난 그는 “독일, 멕시코, 스웨덴이 포함된 우리 조가 ‘죽음의 조’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공은 둥글다. 선수들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게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성남=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손)흥민이가 그만 울었으면 좋겠어요. 이제 눈물이 아닌 환희의 순간을 함께해야죠.”
한국축구대표팀 에이스 손흥민(26·토트넘)과 목표를 달성한 뒤 홀가분하게 감격의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것은 신태용 감독(48)이 꿈꾸는 순간 중 하나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실패했다. 당시 손흥민은 온두라스와의 8강전에서 수차례 득점 기회를 놓쳤고 한국은 0-1로 졌다. 손흥민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을 때처럼 굵은 눈물을 쏟아냈고 신 감독은 하이파이브 대신 위로를 건넸다.
신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애제자인 손흥민이 활짝 웃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17일 경기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만난 신 감독은 “손흥민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그는 스스로 월드클래스 선수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영국 런던에서 토트넘 손흥민(오른쪽)의 사령탑인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가운데)을 만나 ‘손흥민 활용법’에 대한 얘기를 나눈 신태용 감독. 신태용 감독 제공
손흥민은 이번 시즌 토트넘에서 18골을 터뜨렸다. 신 감독은 “월드클래스가 되려면 팀의 중심으로 꾸준히 활약하고 대표팀을 세계무대에서 이끌어줘야 한다. 기량이 무르익은 손흥민에게는 러시아 월드컵이 기회다”고 말했다. 그동안 손흥민은 소속팀에 비해 대표팀에서는 제 몫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최근 A매치(국가대표 간 경기) 3경기 무득점이다.
신 감독은 1월 영국 런던에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46)과 만나 최전방과 측면 등 손흥민의 포지션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신 감독은 “토트넘식 4-4-2 전술 등 손흥민이 슈팅 능력 등을 살릴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 줄 것이다. 하지만 골을 터뜨리는 것은 선수의 몫이기 때문에 손흥민이 해결사 본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스웨덴 멕시코와의 본선 1, 2차전에 사생결단의 각오로 나설 것”이라고 했다. 세계 최강 독일과의 3차전에서 승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스웨덴 멕시코를 상대로 최대한 많은 승점을 챙긴 뒤 독일과 만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표팀은 스웨덴과 멕시코 전력 분석에 집중하고 있다. 신 감독은 “스웨덴은 ‘바이킹의 후예’라는 말처럼 힘이 강하고 체격 조건이 좋다. 빠른 스피드로 스웨덴 선수들의 둔탁한 움직임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스웨덴은 A매치 116경기에서 62골을 넣은 공격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7)의 복귀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신 감독은 “한동안 대표팀에 빠져 있던 선수의 합류로 스웨덴의 조직력이 와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를 상대로는 리우 올림픽 때의 좋은 경험을 살려 승리하겠다는 각오다. 당시 올림픽 대표팀은 조별리그 3차전에서 멕시코를 1-0으로 꺾었다. 신 감독은 “멕시코처럼 개인기가 뛰어난 팀에 주도권을 내주면 그들은 실력 이상의 경기력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경고를 받지 않는 수준에서 강하게 상대를 밀어붙일 선수가 필요하다. 상대의 신경을 긁어줄수록 승산이 생긴다”고 말했다.
독일은 탄탄한 조직력과 팀워크가 강점이다. 2006년부터 요아힘 뢰프 감독(58)의 오랜 지도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뢰프 감독과 비슷한 검은색 양복바지에 꽉 끼는 흰색 와이셔츠를 즐겨 입는 신 감독의 복장은 독일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신 감독은 “뢰프 감독과는 조 추첨식 때도 얘기를 나눴다. 한 조에 속한 뒤에 서로 쓴웃음을 지으며 ‘둘 다 좋은 성적을 내보자’고 말했다”면서 “독일은 ‘거대한 벽’이지만 1, 2차전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뒤 편하게 맞붙고 싶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다음 달 14일 월드컵 최종 엔트리를 발표한다. 그는 “현재 엔트리의 80% 정도는 완성했다. 나머지 20%는 내가 지휘하는 대표팀을 거쳐 간 선수 가운데 부상에서 회복 중인 선수 등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한 번도 실험해 보지 않은 선수 중 ‘깜짝 발탁’은 없다”고 말했다.
성남=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