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17일 뒤에야 통신영장 신청 피의자들 계좌 압수도 아직 안해, “여권 수사 부담에 눈치” 비판론 휴대전화 170대 동원해 댓글조작… 추적 피하려고 이통사 가입안해
더불어민주당원의 댓글 여론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주범 김동원 씨(49·온라인 닉네임 ‘드루킹’) 등 3명을 구속한 지 17일 만에 이들의 통신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11일 검찰에 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다시 5일이 지난 16일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은 17일 발부됐다.
경찰은 구속된 3명 등 피의자 5명의 은행 계좌 추적을 위한 압수수색 영장을 17일까지 신청하지 않았다. 이들이 임의로 제출한 계좌 15개만 들여다봤고 김 씨가 운영한 느릅나무 출판사의 법인 계좌는 조사하지 않았다. 출판사는 댓글 여론 조작 활동의 근거지였기 때문에 그 운영비 조달 경위를 밝히는 게 수사의 핵심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만간 피의자 5명과 출판사 계좌를 압수해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김 씨로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텔레그램을 통해 댓글 활동을 전달받은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 등 여권으로 수사를 확대하는 게 부담스러워 늑장을 피웠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압수한 휴대전화 170여 대는 대부분 댓글 여론 조작을 위한 이른바 ‘깡통 스마트폰(공·空기계)’으로 확인됐다. 이동통신사에 가입되지 않아 가입자 식별 정보를 담은 유심칩(SIM카드)이 없다.
경찰은 김 씨 등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려고 이런 스마트폰을 PC와 연동시켜 인터넷주소(IP주소)를 마음대로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IP주소가 일정하지 않으면 다른 지역의 많은 사람이 댓글 추천을 한 것처럼 조작해 순위를 끌어올릴 수도 있다. 김 씨 등이 ‘깡통 스마트폰’을 대량 매입한 시점이 지난해 5월 대선 이전이라면 대선에서 댓글 여론 조작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또 바른미래당은 이날 대검찰청을 방문해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김 씨 등에 대한 수사의뢰서를 제출하고 △김경수 의원의 댓글 조작 관여 여부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와 김 씨의 연관성 등을 수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과거 김 씨에 의해 ‘이명박 전 대통령(MB) 아바타’로 지목됐던 안철수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댓글 여론 조작 개입 사건은 19대 대선 불법 여론조작 게이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