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파고 제로 ● 알파고 제로 3국 8보(115∼133)
흑 15로 물러설 때 인간이라면 힘이 쭉 빠졌을 것이다. 토치카처럼 지어놓은 좌변 흑 진에서 백 말이 유유히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 만약 참고 1도 흑 1로 잇고 잡으러 가면 백 14까지 거꾸로 흑이 잡힌다.
흑 17, 19로 그나마 좌변 흑 진의 한쪽이라도 지키려고 하는데 백이 18, 20에 이어 22로 끊어 흑의 약점을 추궁하고 나선다. 흑으로선 난감한 상황이다.
삼수갑산을 가는 한이 있어도 흑은 일단 23, 25로 백 돌(22)을 잡으려고 해야 한다. 이 백 돌을 무난히 살려주는 건 곧 패배를 의미한다.
백이 32로 살아가면서 이젠 중앙 흑 돌의 생사가 오리무중에 빠졌다. 흑이 삶을 위해 선택한 수는 33인데 백 A로 막으면 위험해 보인다. 흑의 의중은 무엇일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