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어제 경남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당초 어제 오전 10시 반 경남도청 앞 광장에서 출마선언을 예고했던 김 의원은 오전 8시 49분 돌연 출마 기자회견 일정을 취소했다. 김 의원이 불출마를 결심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불출마는 의혹을 사실로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설득으로 오후 4시 반 김 의원은 국회에서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김 의원은 온라인 닉네임 ‘드루킹’인 전 민주당원 김동원 씨의 인사청탁을 청와대에 전달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와 댓글조작팀의 핵심 연결 고리다. 그럼에도 김 의원은 의혹은 그대로 남긴 채 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선거 운동에 앞서 자신과 청와대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더욱 명확하게 해명할 책임이 있다. 그는 출마를 선언하면서 “필요하다면 특검을 포함한 어떤 조사에도 당당하게 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신이 먼저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의혹에 소명하는 것이 도리다.
김 의원이 불출마는 의혹을 사실로 인정하는 것이라는 당의 설득에 출마를 선언했다고 해서 출마가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대통령의 최측근 실세 중 한 명인 김 의원의 출마 선언이 그렇지 않아도 수사를 미적거리는 경찰에 그릇된 신호가 되어서도 안 된다. 경찰은 지난달 30일부터 김 씨 등의 통장을 임의제출받아 분석하고 있을 뿐 계좌 압수수색 영장도 신청하지 않고 있다. 김 씨 측이 ‘제공한’ 계좌만 들여다보고 있을 뿐 영장 발부를 통한 실질적인 계좌 추적은 손놓고 있다는 뜻이다. 경찰이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을수록 이런 경찰에 ‘수사권 독립’을 주는 것은 안 된다는 여론만 부추길 뿐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