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충현 산업2부 기자
A사에 전화를 걸었다.
“네. 많이 좋아졌죠. 그런데 지금 B업체는 죽을 맛이라던데요?”
“이제 조금씩 안정되고 있죠. 그런데 A사는 진짜 오늘내일 하나 봐요. 적자가 장난 아니라 하더라고요.”
이런 상황은 다른 온라인 업체를 취재할 때에도 반복됐다. 자신의 회사는 문제없다며 짧게 답한 뒤 나머지는 경쟁회사의 실적이 얼마나 엉망인지 구구절절 늘어놓는 식이다. 종합하자면 “온라인 쇼핑몰 업계가 만성적자에 시달린다는 보도가 있지만 우리 회사는 투자를 늘렸기 때문에 개선될 여지가 충분하다. 다른 회사야말로 자본잠식을 코앞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아니지만 ‘업계’는 위기인 건 맞는 듯했다.
업계의 제 살 깎아먹기식 헐뜯기는 애교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것 같다. 최근 한 업체는 경쟁업체를 비방하는 ‘보도자료’를 비공식적으로 만들어 기자들에게 배포하다 해당 업체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사실 온라인 쇼핑몰만큼 고객의 충성도가 낮은 업체도 드물 것이다. 소비자는 인터넷에서 원하는 상품을 검색한 뒤 최저가 상품을 구매하거나 배송시간대가 맞는 업체를 이용한다. 그럼에도 상대 업체를 깎아내리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무리 상황이 나빠도 온라인 쇼핑몰 업계에서 직원이 업무 시간에 상대 회사를 헐뜯는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는 게 어쩌다 마케팅 방법이 됐을까.
세계적인 유통 공룡 아마존은 지난해 226억 달러를 연구개발(R&D) 비용으로 투자하며 미국 기업 중 가장 많은 돈을 투자했다. 무인점포 아마존 고와 가상저장공간(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 웹서비스 등 이용자의 편의를 최대화하기 위한 투자였다.
물론 4차 산업혁명, 혁신의 아이콘인 아마존과 국내 작은 온라인 쇼핑몰들을 바로 비교하긴 힘들다. 하지만 작은 온라인 서점에서 글로벌 유통 플랫폼으로 성장한 아마존을 보면서 우리 온라인 쇼핑몰들도 ‘상대를 헐뜯을 시간에 자신을 돌아보고 혁신을 모색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으면 좋겠다.
송충현 산업2부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