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밭 이랑을 노오란 배추꽃 이랑을
숨 가쁘게 마구 웃으며 달리는 것은
어디서 네가 나즉히 부르기 때문에
배추꽃 속에 살며시 흩어놓은 꽃가루 속에
나두야 숨어서 너를 부르고 싶기 때문에
이용악을 인생파 시인으로 보는 견해도 있고, 민족문학 시인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런데 나는 이용악 생각을 하면 엉뚱하게도, 그의 아우 ‘이용해’가 떠오른다. 김규동 시인의 회고록에서 이용해는 김 시인의 동급생으로 등장한다. 이용해는 김기림의 애제자였고 모범생이었으며 영어에 특출한 재능을 보였다. 이용해가 이를 악물고 공부했던 이유는 형님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었다. 그는 형님(이용악)이 집안을 일으킬 생각이 없으니 자기라도 성공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런 일화를 보면 이용악은 어린 동생의 걱정을 샀을 정도로 시밖에 모르는 사나이였던가 보다.
나민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