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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70년만에 열린 남북 정상 직통전화… “옆집과 통화하는듯”

입력 | 2018-04-21 03:00:00

남북정상회담 D-6




언제 ‘남북정상 벨’ 울릴까 20일 오후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실장(가운데)이 이날 설치된 남북 정상 간 ‘핫라인(직통전화)’으로 평양에 전화를 걸어 북한 국무위원회 담당자와 통화하고 있다.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왼쪽)과 김재준 제1부속실 행정관(오른쪽)도 서울과 평양 간 첫 시험 통화를 함께 들으며 점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집무실 책상에 설치된 핫라인은 대통령이 원하면 청와대 본관과 비서동, 관저 어디서나 연결된다. 청와대 제공

“평양입니다.”

“잘 들립니까? 여기는 서울 청와대입니다.”

20일 오후 3시 14분 청와대 여민1관 3층에 있는 문재인 대통령 집무실 옆 회의실. 송인배 제1부속실장이 전화를 걸자 하얀색 수화기 너머로 북한 국무위원회 담당자의 깨끗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1948년 남과 북에 단독 정부가 들어서며 분단된 지 70년 만에 남북 정상을 잇는 ‘핫라인(직통전화)’이 연결된 순간이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 대통령이 언급한 ‘미답(未踏·가보지 않은)의 길’이 첫 테이프를 끊은 셈이다.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열고 “역사적인 남북 정상 간 직통전화 연결이 조금 전 완료됐다”고 밝혔다. 윤 실장은 “전화 연결은 매끄럽게 진행됐고 전화 상태는 매우 좋았다”며 “마치 옆집에서 전화하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시험통화는 모두 2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먼저 송 실장이 북한으로 전화를 걸어 통화한 뒤 이어 북한이 다시 전화를 걸어와 통화상태를 점검했다. 첫 통화에서 송 실장은 “서울은 오늘 아주 날씨가 좋다. 북측은 어떻습니까”라고 물었고 북한은 “여기도 좋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송 실장은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성과 있기를 바라겠습니다”라며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전하며 통화를 마쳤다.

청와대는 핫라인이 문 대통령의 집무실 책상을 비롯해 관저 등 청와대 어디서나 유선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남북 핫라인에는 한미, 한중 정상 간에 설치된 핫라인처럼 음성신호를 음어(陰語)로 바꿔 외부인이 전화선에 접근해도 도청할 수 없도록 하는 ‘비화(秘話)’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번 핫라인 설치로 남북은 판문점 직통전화와 국가정보원 직통전화, 군 서해·동해 통신선에 이어 5번째 직통 연락선을 갖게 됐다. 문 대통령은 이르면 다음 주초 핫라인을 이용해 김정은과 첫 전화통화를 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엿새 남은 남북 정상회담의 막바지 조율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이르면 다음 주초 3차 실무회담을 가진 뒤 고위급 회담을 하거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등 대북 특사단이 다시 북한을 방문해 비핵화와 정전체제 종식, 남북 정상회담 정례화 등 핵심 의제를 정상 선언문에 담는 방안을 놓고 협의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를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미국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같은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선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해도 핵 시설과 핵무기 폐기와 검증 과정이 ‘딜브레이커(Deal breaker·협상 파기 요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는 비핵화 합의문에 북한의 비핵화 이행조치를 ‘타임라인’과 함께 최대한 상세하게 담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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