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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댓글 시스템 폐기해야… 공론의 장은 누리꾼 자율에”

입력 | 2018-04-21 03:00:00

[토요판 커버스토리]댓글, 조작된 여론
언론학계, ‘댓글 장사’ 질타




지난해 11월 ‘건곤감리’라는 누리꾼이 댓글 조작을 주장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대상은 2017년 6월 24일 오후 5시 24분 네이버에 오른 연합뉴스의 ‘文 대통령 “1991년 영광을 다시”…평창올림픽 남북단일팀 제안’ 기사. 당시는 북한 핵문제로 대북 제재 논의가 한창이었고,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풀려난 미국인 오토 웜비어가 6월 19일 사망한 직후였다. 따라서 이 기사의 초기 최상위권 댓글은 ‘웜비어가 죽은 지 얼마 됐다고…’ 등 남북 단일팀 제안에 대한 비판 일색이었다. 건곤감리는 18분 후인 오후 5시 42분부터 실시간으로 댓글이 달리는 상황을 촬영했는데, 초기 비판 일색이던 댓글들이 오후 5시 51분부터 갑자기 ‘비공감’ 클릭을 당하며 최상위권에서 추락하기 시작했다(참고 영상 www.youtube.com/watch?v=dxvlWTx7zJg).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네이버는 2004년부터 뉴스에 댓글 기능을 도입했다. 2007년에는 댓글 추천 기능을 공감과 비공감으로 세분했고, 2012년에는 댓글 순서를 최신순, 답글 많은 순서로 세분했다. 그러다 2015년 댓글에 대한 공감 클릭 숫자에서 비공감 클릭 숫자의 약 3배수를 빼는 식(공감―비공감×3)으로 호감도를 측정해 상단에 노출시키는 정책을 도입했다. 결국 특정 댓글에 집중적으로 비공감 클릭을 할 경우 순위가 낮아지는 논리다. 클릭 전쟁이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지난해엔 사용자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댓글을 접어달라고 요청하는 ‘댓글 접기’ 기능까지 추가했다. 댓글 전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호감도순을 ‘순공감순’으로 바꿨다. 순공감순은 비공감 클릭에 가중치를 두지 않고 공감과 비공감 클릭의 숫자를 단순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전에 비해 클릭 전쟁이 다소 약화되긴 했지만 이번 드루킹 사건에서 보듯 상황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네이버가 댓글 정책을 트래픽 위주로 운영하면서도 매크로 프로그램(자동화 프로그램) 등으로 인한 여론 조작이라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사실상 책임을 방기해 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댓글 통계업체인 워드미터에 따르면 18일 하루 동안 네이버에는 3882건의 기사에 대해 11만3340명이 29만4316건의 댓글을 달았다. 네이버 뉴스 하루 평균 이용자(1300만 명)의 0.87%에 불과하다. 특히 6000여 개 아이디에서만 8만 개 이상의 댓글이 쏟아졌다. 1명이 여러 개의 아이디를 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작 수천 명의 댓글 열성 이용자 및 댓글 조작 세력이 정치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구조인 셈이다.

이에 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경고와 더불어 특단의 방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네이버는 댓글 시스템을 폐기하고 공론의 장 역할은 누리꾼들이 자발적으로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안민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네이버가 범죄 목적으로 댓글이나 공감 추천을 이용하는 세력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댓글 정책을 접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 네이버의 신문 편집 기능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포털의 인링크 뉴스 공급을 완전히 막는 내용을 담은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인링크(inlink)란 포털 내에서 언론사의 기사를 보는 방식을 의미한다. 그 대신 이 개정안은 뉴스를 클릭하면 곧바로 해당 언론사의 홈페이지로 이동하는 아웃링크(outlink) 방식을 전면 도입하는 것을 추구한다. 바른미래당도 ‘댓글 조작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설립했다. 여기서도 중요한 개선 방안 중 하나로 아웃링크 방식 도입이 거론된다.

신무경 yes@donga.com·이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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