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베스트닥터 <4>유방암
안세현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오른쪽)가 유방암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할 경우 5년 생존율은 98.4%다. 사실상 거의 모든 환자가 완치된다고 할 수 있다. 주변 조직으로 국소 전이된 후에도 5년 생존율은 90.7%로 높은 편. 하지만 원격전이가 됐을 경우에는 38.3%까지 뚝 떨어진다.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유방암에 걸리는 원인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비만, 흡연, 음주, 호르몬 변화 등이 거론된다.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유방암에 걸려도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 단, 유방에서 멍울이 잡히거나 유두에서 피가 나온다면 암을 의심해 볼 수는 있다. 당장 검사를 받는 게 좋다.
다른 암과 달리 유방암 환자들은 생명을 구하는 것 말고도 또 다른 고민이 있다. 여성의 상징인 유방을 꼭 제거해야 하느냐는 것. 암세포 제거가 가장 중요하지만 유방 절제 후 상실감을 호소하는 여성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베스트닥터들은 가능한 한 유방을 살리고 보존하는 쪽으로 수술 방향을 잡는다.
○ 유방 되살려 상실감 없애
다행히 최근에는 이런 환자들을 위해 재건 혹은 복원 수술도 활기를 띠고 있다. 2000년 이전에는 유방 절제 후 재건하는 환자의 비율이 10%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30∼50%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부터는 유방 재건 수술에도 부분적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가 더 늘어나고 있다.
○ 사제가 나란히 베스트닥터 올라
노 교수는 ‘유방암 학계의 거장’이라 불린다. 노 교수는 최근 5년 동안 140여 편의 유방암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한 국제저널의 조사에 따르면 이 분야에서 논문 최다 발표 세계 6위였다. 2014년에는 한국형 유방암을 예측하기 위한 도구를 개발했다. 초음파를 이용해 림프절을 절제하는 수술법도 최초로 시도했다. 암을 검진하기 위한 키트도 개발해 10여 개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유방암 환자를 위한 핑크리본 캠페인도 노 교수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주도했다.
서울대병원 암병원 원장을 지냈고, 현재 서울대병원 강남헬스케어센터 원장 직을 맡고 있다. 대외활동도 활발해 대한암학회 이사장, 한국유방암학회 이사장을 지냈으며 지금은 대한암협회 회장과 한국유방건강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제자인 한 교수는 노 교수를 “감성의 리더십을 갖췄으며 사회공헌이 뛰어난 명의”라고 평했다. 노 교수는 제자인 한 교수를 “임상의사이면서도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고, 실제 성과를 내고 있는 실력자”라고 평가했다.
한 교수는 유방암 베스트닥터 중 유일하게 40대다. 지금까지 논문만 260편 이상 발표했으며, 국내 최초 기록도 상당수 갖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암 성형’ 수술이다.
암 성형은 성형외과의 유방 수술 기법을 벤치마킹한 방법이다. 유럽에서 시행하는 기술을 한 교수가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 암 조직을 떼어 내면 그 자리가 움푹 파인다. 한 교수는 주변 조직을 끌어당겨 유방이 함몰되는 것을 막아 암세포 제거와 유방 복원을 동시에 이뤄냈다. 한 교수는 환자의 40%에 암 성형 기법을 시행하고 있다.
수술 후 항암치료의 부작용은 크다. 한 교수는 이를 막기 위해 굳이 항암치료를 받지 않아도 될 사람들을 가려내기 위한 검사법을 개발 중이다. 현재 미국 기술을 쓰고 있지만 검사비가 400만 원을 넘는다. 한 교수는 “국내 개발이 거의 완성 단계에 있다. 곧 상용화하면 훨씬 낮은 가격에 검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암 환자 2만 명 수술 대기록
1995년 안 교수는 처음으로 피부보존유방 절제술을 시행했다. 말 그대로 유방의 피부를 최대한 보존하는 수술이다. 최근에는 최소한만 유방을 절제하고 동시에 재건하는 수술을 많이 하는데, 안 교수가 선구자인 셈이다.
안 교수는 피부에 이어 유두까지 보존하는 수술도 선보였다. 인공 유두에 비해 수술 후에도 훨씬 자연스럽다는 장점이 있다. 이 수술은 난도가 높아 시행하지 못하는 병원도 있다. 안 교수는 이 수술을 통해 환자의 60% 이상에서 유두를 보존하고 있다. 안 교수는 이 밖에도 자가 조직을 활용해 유방을 재건하는 기술을 도입하는 등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수술법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 전이성 유방암 연구 주력
현재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암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정 교수는 연구를 많이 하는 의사로 유명하다. 대한유방암학회 학술이사를 맡기도 했다. 2013년 세계유방암학술대회가 열릴 때도 조직위원 및 학술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최근 정 교수는 혈중암세포(CTC·Circulating Tumor Cell)에 주목하고 있다. 이 세포는 혈액을 따라 신체를 순환하는데, 암의 전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의학자들은 이 세포를 잘만 활용하면 암의 진단과 예측, 치료에 큰 발전이 이뤄질 것이라 믿고 있다. 문제는 혈액에서 이 암세포를 제대로 검출하는 기술이 아직 보편화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전 세계에서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다. 정 교수 또한 국내 여러 연구 기관 및 제약사들과 공동으로 이 혈중암세포를 발견하고 기능을 차단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유방 절제-재건 동시에… 환자 만족도 높여▼
‘여성 베스트닥터’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
이 원장은 고려대 외과에서 처음으로 교수에 오른 여성이다. 대한외과학회의 첫 여성 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국립암센터가 2000년에 문을 연 후 처음으로 여성 원장이 됐다. 특히 남성 중심 문화가 강한 외과 분야에서 여성 의사가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이 원장 또한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많은 시련을 겪었다. 처음에는 화장실에서 몰래 우는 일도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외과 지원을 후회한 적은 없다고 한다. 의사들에게 이 원장은 “배짱과 결단력, 에너지와 열정을 갖춘 의사”로 통한다.
이 원장은 유방재건술의 선구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예전에는 외과 의사가 유방을 절제하면 성형외과 의사가 재건했었다. 절제와 재건을 따로 하다보니 환자들의 만족도가 낮았다. 이 원장은 절제와 재건을 동시에 시행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 결과 수술시간을 줄이고 가슴도 보다 예쁘게 만들 수 있게 됐다.
이 원장은 현재 한국유방암학회 부회장과 대한암학회 상임이사, 대한암협회 집행이사를 맡고 있다. 스스로 ‘도전정신’과 ‘초심’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지금도 매년 500건 이상의 수술을 집도하고 있으며 최근 3년 동안 40여 편의 논문을 썼다.
▼‘피하유방절제술’ 등 새로운 치료법 적극 도입▼
非수도권 이수정 영남대병원 교수
이 교수는 새로운 치료법을 적극 도입하는 의사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1997년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유방을 절제하면서도 유륜부와 피부를 보존하는 수술(피하유방절제술)을 시도했다. 수술 결과는 국제학회에서 발표돼 큰 호응을 얻었다.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은 의학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국제 저널이다. 이 교수는 2007년 이 저널에 일본 교토대 의료진과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 논문을 게재했다. 항암치료 후 수술을 했는데도 암이 남아 있으면 어떻게 할까. 이때 추가로 항암치료를 하면 재발률을 낮추고 생존율을 높인다는 점을 이 교수가 논문을 통해 입증했다. 이 논문은 수술 후에 남아 있는 암의 치료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교수는 대외 활동도 상당히 활발한 편이다. 한국유방암학회의 회장을 맡은 바 있고, 현재는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회장, 대한암협회 이사직을 맡고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