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NO)로는 충분하지 않다/나오미 클라인 지음/이순희 옮김/384쪽·1만7000원/열린책들
미국의 저널리스트가 쓴 이 책의 요지는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트럼프가 보여주는 모습은 한 개인의 돌출적인 행동이 아니라 지난 반세기 동안 지속되어 온 ‘위험한 흐름’이 한 개인에게 집약되어 나타난 것이라는 진단이다.
트럼프를 정면 비판한 책 ‘화염과 분노’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는 트럼프 개인과 주변 인물 등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이 책은 트럼프가 지난 반세기 바람직하지 않은, 그래서 위험한 흐름이 집약된 인물이라며 트럼프의 출현이 예견되어 있었다고 해석한다.
클라인은 ‘재난 자본주의와 충격 정치’라는 책에서 전쟁, 테러, 시장 붕괴 등 충격으로 혼란에 빠진 현실을 이용해 친기업적인 조치가 나왔다고 비판한 것처럼 이 책에서도 트럼프가 취임 후 충격을 선호하는 것은 충격을 통해 뭔가의 이득을 노리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라고 해석한다.
“문제는 백악관의 트럼프가 아니라 우리 내면의 트럼프”라는 저자의 지적에 누구보다 트럼프가 섬뜩함을 느낄 것 같다. “내가 위험한 흐름의 결집체라니!”라고 생각하면서.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