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을 인문하다/박지원 지음/624쪽·1만8000원·사이드웨이
이를테면 방탄소년단의 ‘피 땀 눈물’을 화두로 중독과 열광, 성장과 행복 이야기를 꺼내며 ‘안나 카레니나’ ‘보바리 부인’ ‘그리스인 조르바’ ‘모비 딕’ ‘눈 먼 자들의 도시’를 언급하는 식이다.
다소 무리한 해석도 등장한다. 이렇다 할 서사가 거의 없는 ‘후크 송’을 침소봉대하는 경우다. 트와이스의 ‘Heart Shaker’에서 사랑에 빠져든 마음을 뽑아들고 ‘외부 세계의 이상한 힘’에 대해 논하면서 ‘템페스트’ ‘오디세이아’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를 소개하는 대목은 비약이 심하다. 대중음악에서 중요한 청각과 시각의 요소를 뺀 채 텍스트와 맥락만을 추출해 논한다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 일이 되기 쉬운지를 이 책이 보여준다.
다만 합쇼체로 써내려간 친근한 문체, 눈높이를 낮춘 친절한 설명, 흥미로운 사유와 그 전개는 볼만하다. 아이돌과 가요에 푹 빠져 있는 중고교생 자녀에게 문학과 철학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는 좋은 책이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