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과거의 류현진(31·LA 다저스)은 시속 150㎞를 웃도는 강속구와 체인지업, 두 가지 구종만으로도 충분히 상대 타자를 압도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빠른 공의 구위와 체인지업의 무브먼트가 뛰어난데다 완급조절 능력도 탁월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투구수 100개를 넘긴 이후에도 공에 힘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2015시즌 중반 어깨 관절경 수술을 받은 뒤에는 투구 패턴이 달라졌다. 이는 구속저하와 궤를 같이한다. 여전히 시속 140㎞대 후반의 위력적인 공을 던지지만, 최고구속이 150㎞대 중반에 이르던 과거와는 차이가 있어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이 다양한 구종을 골고루 섞어 던지는 것이다. 기존의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위력을 유지하되 컷패스트볼(커터), 커브, 슬라이더, 투심패스트볼(투심) 등의 비중을 늘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커터와 커브의 완성도는 다른 구종 못지않다. 이는 꾸준한 노력의 결과다.
22일(한국시간) 워싱턴과 홈경기에선 류현진이 가장 잘 던지는 4가지 구종의 볼배합이 완벽에 가까웠다. 슬라이더 1구를 제외한 패스트볼(25개), 커터(26개), 체인지업(21개), 커브(16개)의 황금분할이 바로 그것이다. 패스트볼 28.1%, 커터 29.2%, 체인지업 23.6%, 커브 17.9%의 비율이다. 이는 상대 타자의 노림수를 뺏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7이닝 2안타 3볼넷 8삼진 무실점의 시즌 최고투로 3승째를 따낸 비결이다. 아웃카운트 21개 가운데 16개(76.2%)를 삼진과 땅볼로 만들어낸 점은 류현진의 안정감을 보여준 한 단면이다. 또 패스트볼, 커터, 체인지업, 커브의 4개 구종으로 각각 2개씩 삼진을 솎아내며 결정구도 다양화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