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北 경제중심 노선’ 반겨
2016년 완전 철수한 개성공단 기업들은 “북한이 비핵화를 선언한 만큼 정상회담 의제에 개성공단 가동 재개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현대아산이 속한 현대그룹과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들도 ‘정중동(靜中動)’인 가운데 경협 재개에 대비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선 남북 경협 테마주가 급등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나친 기대감보다는 상황을 냉정히 관찰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 재계, 남북 경협 기대감 솔솔
러시아 업체와 손잡고 ‘북방물류’ 시장 진출을 추진한 CJ대한통운도 남북 경제협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북한에 비료와 곡물을 운송하는 등 과거부터 대북 물류에 강점을 가지고 있어 이번 대화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삼성, 현대차, SK 등 재계 주요 기업들도 사업 측면에선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북한 리스크가 낮아지면 글로벌 사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계 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19일 전문가들을 초청해 남북 관계 전망 콘퍼런스를 열고 남북 경협에 대비한 전문가 의견을 경청했다.
경협에 적극 참여한 중견·중소기업, 특히 개성공단 입주 기업은 남북대화를 계기로 개성공단 재개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북한이 비핵화를 천명한 만큼 남한에서도 화답하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시설 점검을 위한 방북을 신청하려고 하는데 우리 정부에서 안 받아줄 이유도 없다고 본다”며 “개성공단에 방치됐던 시설들에 대해 2∼3개월, 늦어도 5개월이면 기름 치고 조이고 닦으며 복원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인식 전 화인레나운 개성공단 법인장은 “개성공단 근로자들은 기업인들과 마찬가지로 통일에 대한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자신감이 컸기에 이번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또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800여 명의 주재원은 다같이 다시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도, 도로, 전력을 담당하는 공기업들은 경협에 대비한 조직을 신설하는 등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지난달 남북 철도 연결을 전담할 남북대륙사업처를 사장 직속 조직으로 신설했다. 한국도로공사 역시 상반기(1∼6월) 중으로 남북 도로 연결 사업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할 예정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지난달 코레일과 ‘철도발전협력단’을 구성해 남북 철도 연결 사업에 힘을 모으기로 합의했다. 한국전력공사도 남북 경협사업이 본격화되면 참여가 유력한 곳으로 꼽힌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경협 재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올 1월 평창 겨울올림픽 북한 참가를 계기로 전문가 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대체로 남북관계의 개선을 전망하면서 5·24조치 해제,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등에 대해 각각 59.8%, 59.8%, 62.0%의 찬성률을 보였다.
그러나 이제 막 대화가 시작된 현 시점에서 지나친 기대감보다는 상황을 냉정히 관찰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이정철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 콘퍼런스에서 “남한과 북한 사이에 제재가 아무리 풀려도 유엔 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우리가 먼저 경제협력에 나설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에 걸려 있는 유엔 제재는 총 4건이다. 이것이 다 풀려야 한국 정부나 기업이 북한과의 협력사업을 고민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남북 경협주 중 일부 종목이 4배 이상 급등하는 등 과열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서도 ‘묻지 마 투자 주의보’가 나온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경협의 구체적 형태를 예측하기 이르다”며 “주가 상승 기업들의 실적 개선 추이를 면밀히 검토한 뒤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업1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