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께 꿈꾸는 혁신성장]<10>증강현실용 렌즈 개발 ‘레티널’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에 있는 네이버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D2스타트업팩토리(D2SF)’에서 김재혁 레티널 대표가 자사가 개발한 ‘핀미러’ 렌즈를 들어 보이고 있다. 레티널은 네이버로부터 투자를 받은 뒤 D2SF에 입주해 국내외 업체들로부터 협업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 렌즈는 증강현실(AR)용 광학렌즈 개발 스타트업인 ‘레티널(LetinAR)’의 제품이다. 시력이 나쁜 사람도 비스킷 한가운데 뚫린 작은 구멍을 통해 사물을 보면 안경을 낀 것처럼 선명하게 볼 수 있는 핀홀 원리를 활용한 스마트글라스를 개발하고 있다.
기자는 최근 서울 강남역 근처에 있는 네이버의 기술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D2스타트업팩토리(D2SF)’가 제공한 업무공간에서 김재혁 대표를 비롯해 6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 레티널 사무실을 찾았다.
눈앞을 완전히 막은 뒤 영상을 보여주는 가상현실(VR)보다 실제 주변을 볼 수 있게 하는 동시에 원하는 화면을 보이게 하는 AR는 영상을 구현하기 좀 더 까다롭다. 글로벌 업체들은 반투명거울이나 홀로그래픽 광학 소자 등을 활용했지만 레티널은 핀홀 원리를 활용한 ‘핀미러 렌즈’라는 전혀 다른 개념을 활용해 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레티널 렌즈는 보통 55도 정도의 시야각을 가진 기존 스마트렌즈와 달리 시야각을 약 71도까지로 넓혔다. 화면이 약 66% 더 커지는 셈이다. 또 기존 제품들은 눈앞 1.25m 이상 거리의 사물부터 또렷하게 구현할 수 있었지만 레티널 제품은 초점거리가 짧아 눈앞 25cm 앞 사물도 보이게 할 수 있다. 그래서 현재 AR의 최대 문제점으로 꼽히는 멀미 현상을 크게 해소할 수 있다. 색이 번지는 현상 없이 색상 표현도 훨씬 정확한 데다 유리 외에 플라스틱으로도 제품을 만들 수 있어 훨씬 가벼운 스마트글라스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하지만 광학 분야 전공자들이 레티널의 아이디어를 들으면 ‘아, 왜 이 생각을 진작 못했지’ 하는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전공자라면 생각은 해볼 법해도 실현을 못 한 아이디어인 셈이다. 하지만 학부 재학 시절 창업에 뛰어든 김 대표와 하정훈 기술이사(CTO)는 처음에는 시제품을 만들 공장도 구하지 못하고 문전박대를 당하기가 일쑤였다.
이런 상황을 바꾼 것은 창업 8개월 만에 이뤄진 D2SF의 투자. 김 대표는 “‘네이버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주변 시선이 달라지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네이버로부터 5억 원 등 총 8억 원의 투자를 유치해 대부분 시제품 제작과 기술 개발에 쓰고 있다.
김 대표는 “처음에 기술을 인정해 주지 않던 분들이 ‘이게 정말 실현될지 몰랐다’며 격려해 주고 있다”며 “아이디어에 대한 검증은 끝났지만 기술 상용화는 다른 문제인 만큼 더 집중해 상용화 문턱을 넘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