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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쓰레기, 돌고돌아 결국 식탁까지 위협

입력 | 2018-04-23 03:00:00

바다에 떠있는 플라스틱 3500만t… 고래 등이 먹이로 착각하고 섭취
생선-새우 등서도 플라스틱 검출… 한국 연안에 해양쓰레기 가장 많아
“덜 쓰고 덜 버리는 게 최고의 해법”




최근 중국의 재활용 쓰레기 수입 중단 조치로 페트(PET)병과 비닐 같은 일회용품이 그대로 폐기되는 등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쓰레기 대란’을 겪고 있다. 이렇게 버려지는 고체 쓰레기의 80% 이상은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바다로 흘러 들어가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은 물론이고 먹이사슬을 타고 다시 식탁으로 돌아와 인체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롤런드 기어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교수팀이 지난해 7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한 해 동안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약 630만 t(2015년 기준). 이 중 9%만이 재활용되고 12%는 소각 처리된다. 나머지 79%는 그대로 버려지는 셈이다. 기어 교수는 “플라스틱 쓰레기 중 35%는 포장재”라며 “포장재의 수명은 길어야 3일이다. 사용 직후 바로 쓰레기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매립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강이나 배수구 등을 타고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바다 위를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만 3500만 t에 이를 정도다. 1950년대(170만 t)와 비교하면 그 양이 20배 이상으로 늘었다. 개수로는 5조2500억 개로 추산된다.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건 해양생물이다. 올해 2월 스페인 남부 카보데팔로스 해변에서 몸길이 10m의 고래가 죽은 채로 발견됐다. 이달 4일 공식 발표된 부검 결과에 따르면 이 고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무려 29kg이나 삼킨 것으로 드러났다. 고래 사망 원인은 복막염으로 확인됐다. 고래 위장에선 비닐백과 플라스틱 물병 등이 나왔다. 문제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거친 해류와 태양 자외선(UV)에 의해 점점 더 작은 조각으로 쪼개진다는 점이다. 대부분은 5mm 이하의 ‘미세 플라스틱’이 된다. 엘리차 저마노브 호주 머독대 교수팀이 국제학술지 ‘트렌드 인 이콜로지 앤드 에볼루션’ 4월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플랑크톤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우리가 먹는 천연소금과 생선, 새우, 굴 등에서도 다량의 플라스틱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이 버린 쓰레기가 다시 식탁 위로 올라오는 셈이다.

플라스틱에는 DDT, 프탈레이트 등 인체 유해성분도 다수 포함돼 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연안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장 많은 지역에 속한다. 특히 서해와 남해에는 1∼5mm 크기의 플라스틱 조각이 km²당 10만 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85%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하는 데다 해류의 영향으로 해양쓰레기의 36∼38%가 북태평양으로 모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면적의 약 7배(155만 km²)에 달하는 세계 최대 쓰레기 밀집 지역인 ‘거대 태평양 쓰레기 섬(GPGP)’도 북태평양 해상에 있다. 과학자들은 미생물을 이용해 플라스틱 쓰레기를 분해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존 맥기헌 영국 포츠머스대 교수팀은 PET 분해 능력을 기존 대비 20% 이상 높인 새로운 효소를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17일자에 발표했다.

다만 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는 “우리가 플라스틱을 소비하는 속도에 비해 미생물의 분해 속도는 매우 느리다. 실용화에 이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가장 확실한 해법은 덜 쓰고 덜 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