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지목… 中-러-이란 포함
미국 국무부가 20일 발표한 ‘2017 국가별 인권 보고서’에서 북한 등 4개국을 대표적 인권 침해 국가로 규정했다. 6월경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예정된 상황에서 미 정부가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인권 침해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비핵화 문제와 아울러 인권 문제가 양국 회담의 주요 이슈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존 설리번 국무장관대행은 서문에서 “이번 보고서에는 200여 개 나라의 인권과 노동권 관련 자료가 망라됐다”며 “표현의 자유와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고, 종교적 또는 인종적 소수 집단에 대한 폭력을 자행해 인간 존엄의 근본을 훼손하는 국가들은 도덕적 해이와 국제사회의 이익을 저해한 데 대한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북한의 ‘정당한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정치적 동기에 의한 살인’ 사례로 지난해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북한 정부의 사주를 맡은 여성 2명에 의해 신경작용제 VX로 암살당한 사건을 들었다. 또 국가안보연구소(INSS) 자료를 인용해 2012∼2016년 북한에서 집행된 340건의 공개 처형 기록도 실었다. 이어 유엔 조사위원회(COI) 자료를 근거로 “북한 수용소에서는 간수와 간부 수감자들에 의한 여성 성폭행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으나 피해 사실이 알려져도 가해자가 처벌받는 경우가 드물다”고 밝혔다.
중국에 대해서는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형 집행과 아울러 고문에 의한 진술 강요, 낙태 강요 등 강압적 인구 조절 정책의 문제가 지적됐다. 이 보고서는 또 러시아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된 독재정치 국가”로 규정하고 잔인한 고문, 독립성 없는 사법 시스템, 사생활 침해, 언론 탄압, 인터넷 검열 등을 주요 인권 탄압 사례로 제시했다.
한국 관련 자료에는 정부와 재벌이 결탁한 부패 문제가 거론됐다. 보고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과정에서 드러난 최순실 등 측근의 국정농단 사건을 언급하며 “부패를 저지른 인사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예술계 반정부 인사 1만여 명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일도 문화예술의 자유가 침해된 사례로 실렸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