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 중단 선언]전문가들이 본 北 핵-미사일 능력
○ ‘미사일 백화점’ 완성
지난 2년간은 ‘북극성-2형’, ‘노동’(1300km), ‘스커드-ER’(1000km) 등 준중거리 미사일을 잇달아 시험 발사해 성공시켰다.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계획에 치명상을 입힐 주일미군 타격용 ‘3대 미사일’을 확보했다. 지난해부터는 미 본토를 타격할 미사일 개발에 주력했다. 5월엔 준ICBM으로 괌 타격용인 ‘화성-12형’ 발사에 성공했다. 7월엔 ICBM급 ‘화성-14형’을, 11월에는 미 전역을 사정권에 넣는 또 다른 ICBM ‘화성-15형’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역사상 가장 높은 고도인 4475km까지 치솟았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를 “완결 단계에 도달한 ICBM”이라고 자평했다.
○ 대기권 재진입 검증은 아직
하지만 북한이 ICBM 확보의 최종 관문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화성-15형’ 등을 정상 각도(35∼45도)로 발사해 최소 7000km 이상은 날려 재진입 시 발생하는 6000∼7000도의 고열과 초속 7, 8km의 ‘극초음속’을 버텨야 ICBM 기술을 완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재진입 환경을 가정한 시뮬레이션만으로는 ICBM 기술을 완료했다고 선언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북한은 재진입 시험을 하더라도 성공 여부를 가리기 위해 분석해야 할 탄두 수거 능력이 없다”고 했다.
○ 6번의 핵실험으로 핵무기는 완성
전문가들은 ICBM 기술과는 별개로 북한이 6차에 걸친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를 완성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당시 위력은 군 당국 기준 50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위력)이었다. 미국에선 300kt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50kt이라면 19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위력(15kt)의 3.3배다. 비공식 핵보유국 파키스탄이 1998년 감행한 마지막 핵실험 위력은 40∼50kt 규모로 알려져 있다.
50kt 수준의 핵무기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미국과 소련은 냉전 시절 경쟁적으로 Mt(메가톤·1Mt은 TNT 100만 t의 위력)급 핵무기를 개발했지만 이는 실전용이 아닌 군사력 과시용이었다.
이후 핵감축이 시작되면서 군사시설 등 목표 지점만 정확히 타격하는 수십∼수백 kt급 핵무기 개발로 방향이 전환됐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핵무기 위력이 너무 강하면 실제 사용 가능성이 없는 무용지물이다. 북한이 개발한 핵무기 위력 정도면 실제 작전용으로는 합격선을 넘었다”고 했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6번 정도의 핵실험이면 핵무기를 확보하는 데 충분한 수준”이라며 “파키스탄 등 통상 핵보유국들이 핵보유국임을 선언할 때 더 이상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종료 선언을 하는 것처럼 북한도 그 절차를 따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