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조앤 롤링의 포르투갈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건물이 가득한 낭만적인 항구 도시 포르투는 ‘해리 포터‘ 주요 배경의 모티브가 된 곳이다. 김이재 교수 제공
조앤 K 롤링(53·사진)은 잉글랜드 중산층 도시 텃실에서 자랐다. 기차에서 만나 결혼한 부모는 작가를 꿈꾸는 딸을 걱정했다. 과학도였던 어머니는 맏딸이 법률회사 비서가 되길 원했다. 엑서터대 불문과에 진학한 롤링은 괴짜 친구들과 우정을 쌓고 교환학생으로 파리도 다녀왔다. 졸업한 뒤 런던 국제사면위원회에서 세계 양심수들의 편지를 읽는 등 여러 직장을 전전하며 틈틈이 글을 썼다. 직장 생활에 지쳐가던 중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애인과도 헤어진다. 홧김에 퇴사한 그는 슬픔을 잊고 글쓰기 좋은 곳을 찾아 세계지도를 펼쳤다.
포르투갈 제2의 도시로 와인이 유명한 포르투에 꽂힌 롤링은 그곳에서 영어 교사가 됐다. 비탈진 골목에 중세풍 건물이 밀집된 포르투는 도시 전체가 ‘해리 포터’의 영화세트장 같다. 그가 자주 찾은 아름다운 서점 ‘렐루’는 마법학교 도서관 분위기다.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으며 집필에 몰두하던 롤링은 제인 오스틴 소설을 읽은 지적인 현지 남성과 사랑에 빠진다.
결혼해 딸을 낳지만 남유럽 마초 스타일인 남편과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었다. 핏덩이를 안고 이혼녀가 돼 귀국한 그는 1993년 여동생이 살던 스코틀랜드에 정착한다. 게일어를 쓰고 40대 여전사 니컬라 스터전이 독립 운동을 주도하는 스코틀랜드는 바이킹의 영향으로 북유럽 못지않은 양성평등사회다. ‘피터 팬’의 제임스 매슈 배리, ‘보물섬’의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셜록 홈스’의 코넌 도일을 배출한 에든버러는 ‘스토리텔링의 수도’이기도 하다.
연하의 스코틀랜드 의사와 재혼해 딸과 아들을 더 낳고 퍼스의 고성에서 여왕처럼 살고 있지만 그가 진정 원하는 삶은 따로 있다. 다시 에든버러 카페에 돌아가 자유롭게 글을 쓰는 것! 세계적 유명인사가 된 그에게는 ‘투명망토’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김이재 지리학자·경인교대 교수
김이재 지리학자·경인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