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 중단 선언]폐기해도 언제든 다시 운용 가능 ‘이미 핵실험 할만큼 했다’ 분석도
북한이 21일부터 핵개발의 산실인 ‘풍계리 핵실험장’(북부핵시험장)을 폐기하겠다고 전격 선언하자 국제사회는 환영하면서도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로 거두지 못하고 있다. 2008년 6월 미국 CNN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된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 장면이 오버랩되면서 북한이 ‘비핵화 쇼 시즌2’를 10년 만에 재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우선 풍계리 핵실험장의 수명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수차례 실험으로 노후화돼 폐기할 수밖에 없다는 말도 있고 일부 갱도는 여전히 사용할 수 있어 유의미한 폐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해발 2205m의 만탑산을 비롯한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단단한 화강암이 대부분인 암반으로 방사성 물질의 유출 가능성이 적어 최적의 핵실험 장소로 손꼽히는 풍계리도 2006년 10월 1차 핵실험부터 2009년 5월(2차), 2013년 2월(3차), 2016년 1월(4차)과 9월(5차), 지난해 9월 3일 6차 핵실험까지 치르면서 지반 붕괴 조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군 당국은 2∼6차 핵실험을 실시하면서 사용 불능 상태에 이른 2번 갱도와 달리 아직 한 번도 핵실험을 하지 않은 3번 갱도는 언제든 핵실험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보당국도 4번 갱도도 보완을 거치면 핵실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 자신들의 요구가 안 먹힐 경우 책임을 한미에 돌리며 핵실험장 문을 다시 열어 연쇄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풍계리 핵실험장이 폐기되더라도 이를 곧바로 비핵화나 핵시설 불능화로 보기는 어렵다. 국제사회가 2007년 9·19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조치로 북한이 영변 냉각탑을 폭파한 후 하릴없이 5차례 북핵 실험을 지켜봐야 했던 전례가 있다. 따라서 한미 정부가 강조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위해선 풍계리 등 핵시설 사찰 및 핵 폐기 검증 계획을 실효성 있게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손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