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D-3] 폼페이오, 면담서 ‘특별사찰’ 거론… “과거보다 핵폐기 집중 검증 필요” 김정은, IAEA 사찰 이상의 요구 수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수용을 포함해 강화된 비핵화 검증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선언한 김정은이 한발 더 나아가 비핵화를 위한 핵 사찰·검증 가능성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비핵화 물밑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23일 우리 정보당국에 따르면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극비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후보자는 김정은과 만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가 전제돼야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본격적인 실무접촉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핵 폐기 검증 절차를 북한이 받아들일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23일 김정은이 폼페이오 후보자와 만난 뒤 “내 배짱과 이렇게 맞는 사람은 처음이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측이 북-미 간 국교 정상화 및 제재 완화 등의 보상을 폼페이오 후보자에게 요구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완전한 비핵화 요구에 별다른 이견 안달아▼
일각 “北, 검증 시간끌기 나설수도”
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 기존보다 낙관적인 견해를 여러 차례 내비친 건 폼페이오의 평양행을 통해 들은 김정은의 답변이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는 판단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외교가에선 국제사회가 고강도로 핵 사찰에 나선다 해도 북한이 작심하고 ‘시간 끌기’에 나설 경우 신고 및 검증에만 수년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영변 핵시설로만 추려도 검증해야 할 건물이 400여 개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이를 인식한 듯 ‘신중론’이 제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북 전문가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오후 늦게까지 이어지는 만큼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와 방법론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