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협상 경험한 클링너 인터뷰 “美 협상팀 최대한 확답 미뤄야 北 성향 아는 노련한 관리 필요… 트럼프가 직접 설득? 잘못된 생각”
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사진)은 다음 달 말 또는 6월 초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과 종전선언을 둘러싸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김정은은 회담이 시작되고 30분 내에 평화협정 체결을 들고나올 것이고 협정이 체결돼야만 비핵화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주장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21, 22일 본보와의 전화 및 서면 인터뷰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종전선언, 북-미관계 정상화, 평양에 미국대표부 설치, 주한미군 철수 또는 대폭 감축 등이 줄줄이 논의 대상에 오르게 된다”며 “북한은 협상장에서 이 모든 이슈를 ‘원샷’에 해결하려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나서야 북한을 설득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는 틀린 얘기”라며 “미국 대통령이라는 위치는 협상을 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클링너 연구원은 2000년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이 빌 클린턴 대통령을 초청했을 때 자신의 경험에 대해 얘기했다.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으로 일했던 그는 백악관-국무부-CIA 합동 방북 추진팀에서 활동했다.
“북한이 처음 방북을 제안했을 때 추진팀의 분위기는 찬성 쪽으로 흘렀다. 클린턴 대통령의 달변이 김정일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분위기는 점점 바뀌었다. ‘미국은 대통령을 협상하러 보내지 않는다’ ‘미국은 대통령을 사진이나 찍으러 보내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세가 됐다.”
클링너 연구원은 “협상은 고위 관리와 실무자들이 하는 것이고 대통령의 몫은 합의 내용을 확인하고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고 결정자는 협상의 주제에 대해 전문적으로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직접 협상에 나서 실패했을 경우 엄청난 권력 누수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