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는 24일 환경부의 자문을 얻어 순환이용성 평가를 앞둔 플라스틱 제품들을 살펴봤다. 취재 결과 소매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제품 다수가 순환이용성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을 수준이었다.
주스와 탄산음료, 주류와 같은 음료 포장재는 대부분 유색이었다. 소주는 초록색, 막걸리는 흰색, 일부 주스와 탄산음료는 형광노랑이나 분홍색 페트병에 담겨있었다. 순환이용성 평가를 맡은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정영도 팀장은 “빛 차단을 위해 유색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지만 일단 페트병에 색이 들어가면 재생원료로서 질은 뚝 떨어진다”고 했다. 재생원료 등급이 초록색은 B급, 흰색이나 형광색은 C급이다. 모두 순환이용성 평가 개선권고 대상이다.
페트병 라벨도 분리공정 시 골칫거리다. 대부분 페트병과 다른 재질이어서 반드시 분리 배출해야 하지만 떼어내기가 쉽지 않다. 기자가 여러 페트병의 라벨 분리를 시도해봤지만 손으로 잘 떼어지지 않았다. 일부 제품은 칼을 사용해도 접착제 때문에 라벨이 완벽하게 떼어지지 않았다.
특히 종이 라벨은 떼어내기가 가장 어려웠다. 정 팀장은 “종이 라벨은 보통 강한 접착제를 써 분리가 어렵다”며 “재활용업체에서 분리할 때에도 종이가 물에 녹으면서 하수구 구멍을 막는 일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처리를 꺼리는 업체가 많다”고 했다.
라벨을 분리했다고 해도 병뚜껑이나 내부 부속물이 다른 재질인지 살펴봐야 한다. 한 탄산음료는 병은 플라스틱이지만 뚜껑은 금속이었다. 이 경우 재활용업체가 일일이 분류하기 쉽지 않아 소비자가 미리 분리해 배출해야 한다.
더욱 난감한 것은 샴푸병 등 펌핑 제품이다. 플라스틱병 안에 금속 스프링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펌프 꼭지를 칼로 잘라 스프링을 꺼내보려 했지만 너무 딱딱해 잘리지 않았다. 정 팀장은 “펌핑 제품은 소비자가 분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재활용업체에서 제품을 조각내도 꼬불꼬불한 스프링 고리에 플라스틱이 얽혀 완벽하게 분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렇게 분리가 어려워 재활용성이 떨어지는 제품을 만든 업체에 색상이나 재질, 구조를 개선하라는 권고를 하게 된다. 개선권고를 이행하지 않으면 업체명을 공개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권고를 넘어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은 아예 못 만들게끔 규제하는 등 보다 강력한 대책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시민들도 분리해 배출하기 어려운 제품을 찾지 않아야 기업들에 더욱 압박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