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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신화 썼던 ‘열사의 땅’ 중동에 ‘지식재산 한류’가 분다

입력 | 2018-04-25 03:00:00

성윤모 특허청장 인터뷰




성윤모 특허청장은 24일 “중동 국가들의 지식재산시스템 선진화를 적극 도와서 중동과 우리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지식 및 기술 기반의 관계로 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허청 제공

1970년대 중동의 뜨거운 사막은 한국 건설 중장비들이 차지했다. 이제 그 열사(熱沙)의 땅을 한국의 지식재산시스템이 채워나가고 있다.

특허청이 지식재산권 분야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이달 말 사우디아라비아에 실무조사단을 파견한다.

아랍에미리트(UAE)에는 ‘한국형 특허정보시스템’ 구축이 완료돼 2월부터 가동 중이다. 중동에 ‘지식재산 한류(韓流)’가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중동을 비롯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지에서 특허시스템 세일즈에 나선 성윤모 특허청장(55)을 24일 만나 지식재산 글로벌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건설과 자원 등 전통 산업에 집중됐던 중동과의 협력이 지식과 기술 등 4차 산업혁명 분야로 발전하고 있다. 그 중심에 특허청이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가 지식재산 분야에 대한 협력을 요청했다. 지식재산의 ‘중동 한류’를 볼 수 있는지….

“우리가 기대하는 바다. 기쁜 소식이 전해진 것은 지난해 11월 초였다. 우리는 UAE에 한국형 특허정보시스템을 완공하고 막바지 시험 가동 중이었다. 우리의 산업통상자원부에 해당하는 사우디 상무투자부 관계자가 현지 한국대사관을 통해 지식재산 분야 협력을 타진해왔다. 그 후 사업 내용과 협력 범위, 이행 방식 등에 대한 논의가 빠르게 진척됐다. 이달 말 실무조사단을 사우디에 보내 특허시스템 운영 현황 등을 둘러보고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UAE의 성공 사례가 영향을 미친 것인가.

“UAE의 특허 출원건수는 2016년 기준으로 연간 1500여 건이다. 우리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심사인력을 지원받아 빠른 속도로 세계 최고 수준의 특허행정시스템을 구현하고 있다. 중동 최대 국가이고 UAE보다 특허 출원건수가 2배 이상인 사우디가 지식재산 분야의 변혁을 꾀하면서 UAE 모델에 주목한 것 같다. 지식재산 서비스 수출이 늘어나면 우리 일자리가 늘어나고 우리 기업의 이윤이 증대된다.”

―앞으로 UAE의 특허행정 자립화도 지원한다는데….

“UAE에 수술한 특허정보시스템은 2월 말 개통했는데 두 나라 협력은 여기서 더 나아간다. 지난달 말 문재인 대통령이 UAE를 방문했을 때 우리 정부가 UAE와 특허행정 자립화 양해각서를 체결해 그 계기를 만들었다. 2021년까지 UAE가 특허행정 자립을 이루도록 우리가 시스템과 노하우를 전수한다는 내용이다. UAE 사례는 한 나라가 특허 선진국의 지원을 받아 단기간에 지식재산 경쟁력을 극대화한 대표적인 협력모델로 기록될 것이다.”

―지식재산 글로벌 전략의 성과는….

“특허청은 글로벌 전략을 오래전부터 준비했다. 지식재산 분야 법과 제도의 정비, 인력 양성, 시스템 개발로 지식재산 선진 5개국의 일원으로 성장했다. 1999년에는 세계 최초로 온라인 기반의 특허행정 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 글로벌 진출 환경도 꾸준히 조성했다. 공적원조(ODA) 형태로 몽골과 아제르바이잔, 아프리카 지역지식재산권기구(ARIPO) 등에 한국형 특허시스템을 무료로 보급했다.”

―지식재산 한류의 확산을 기대해도 좋은가.

“지난달 말 브루나이에서 제1회 한국-아세안 특허청장 회담을 갖고 협력 관계를 다졌다. 아세안은 중국에 이은 제2의 교역 파트너이자, 케이팝 브랜드가 확산되고 있는 지역이다. 특히 한국이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해외 투자를 많이 하는 베트남에 대한 지식재산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나라들에 대한 지식재산 협력이 현지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

―취임 후 ‘4차 산업혁명 시대 지식재산 정책 비전’을 제시했는데….

“2022년까지 추진할 특허청의 청사진이다. 지식재산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이다. 특허행정이 중소·벤처기업의 혁신과 성장, 공정 경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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