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은 콘텐츠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
누군가 생일이면 꼭 단톡방에 알려주는 사람이 있다. “땡땡아 생일 축하해.” 이때부터 “축하해” “ㅊㅋ” “생축” “(이모티콘)” 퍼레이드가 시작된다. 때론 진심이고 때론 숙제다.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는 백수, 프리랜서보다 직장인 친구들이 말이 많다. 몸이 회사에 있으니 정신은 다른 데 있고 싶어 하는 게 분명하다. 그러다 한 명이 울분을 터뜨리며 회사 욕을 시작한다. 돌림 노래처럼 위로와 회사 욕 배틀이 시작된다. 친구의 상사가 친근하게 느껴진다.
또 무엇의 노예일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노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서랍처럼 열었다 닫았다 한다.
페이스북에 접속하면 모두가 받는 질문이 있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나에게 이렇게 물어봐 주는 사람, 아무도 없다. 가까운 애인이나 물을 법한 질문을 페이스북은 사람들에게 했다. 다들 홀려서, ‘제가 오늘 무슨 일이 있었냐면요’ 하고 써내려갔다.
이젠 예전처럼 페이스북에 아무 말이나 쓰지 못한다. 이곳은 경쟁적으로 커리어를 뽐내는 장이 되었다. 바보 같은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하지만 가끔은 아무 말이나 하고 싶다. 그럴 땐 인스타그램으로 간다.
페이스북이 광장에서 외치는 기분이라면 인스타그램은 룸카페에서 주문하는 기분이다. 좀 더 내밀하다. 페북에 없던 친구들이 인스타엔 있다. 하지만 음식 사진이 너무 많다. 음식은 좋은 콘텐츠다. 100장 찍어 한 장 건지는 셀카보다 승률도 높다. 하지만, 내가 궁금한 건 다른 거였다. 이를테면 페이스북이 던졌던 질문의 답들.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요즘 고민은 무엇인지, 누굴 가장 부러워하고, 어떨 때 스스로 초라하다고 느끼는지. 혹시 사랑에 빠졌는지도. 하지만 그들은 들려줄 마음이 없었다.
어떤 날은 설렜고, 어떤 날은 울었다. 아무렇지 않은 날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내가 받은 건 글보다 체험이었다. 매일 밤 12시 조금 안 돼 이슬아에게서 아슬아슬하게 메일이 왔다는 알림이 뜨면,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어떤 이야기가 나를 향해 달려온다.
나는 요즘 친구들을 이슬아로 키우고 있다. 단톡방도 좋지만, 오늘 하루를 일기로 써 보여 달라고, 교환하자고. 그들에게서 매일 새로운 모습을 본다.
정성은 콘텐츠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