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파문]‘드루킹 사태’ 열흘 넘게 침묵 일관
네이버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대응에서도 열흘 넘게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달 13일, 더불어민주당원이 댓글 조작에 연루됐다는 보도가 나온 이래 여론 왜곡 등 각종 비판이 빗발치는데도 네이버에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알림, 해명 자료를 내지 않았다.
그러다가 24일이 돼서야 네이버는 1인당 클릭할 수 있는 댓글 공감 수를 제한(현재 무제한)하고 댓글을 연달아 작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마저도 언론에 흘리듯 나온 얘기다.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이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은 자사의 상업적인 이익에 핵심적인 댓글 문제가 이슈화되자 우박이 지나갈 때까지 뭉개고 보자는 심리가 발동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처럼 네이버의 책임 회피와 미봉책을 되풀이하는 행태는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다. 23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해진 총수는 ‘뉴스 알고리즘’을 공개하고 댓글 시스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대한 정비를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이루어진 것이 없다”며 “포털 중심의 뉴스 소비 구조 왜곡이 이번 댓글 조작을 낳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네이버는 2004년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취지로 뉴스 댓글을 신설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트래픽을 많이 유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변경해 왔다. 2007년 댓글 추천 기능을 공감·비공감으로 세분했고 2012년 댓글 순서를 최신순, 답글 많은 순서로 나눴다. 2013년에는 공감 수에서 비공감 수를 뺀 ‘호감순’ 기준을 추가했고 2015년에는 댓글이 보이는 초기 설정 기준(디폴트값)을 최신순에서 호감순으로 바꿨다가 2017년 6월에는 공감 비율순(공감 수 비율이 높은 순서로 나열)을 추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네이버가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는 질타가 끊이지 않자 네이버는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댓글을 순공감순(공감 수가 높은 순서로 나열)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댓글의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않은 탓에 이번에 드루킹, 서유기 같은 여론 조작 세력의 놀이터가 되고 말았다.
송시강 홍익대 법학과 교수는 “외부 의견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네이버가 사실상 스스로 언론 역할을 하려 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책임질 일은 책임져야 한다”며 “뉴스 기사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기성 언론과의 소통을 통해 네이버가 유통 과정에서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분 등을 제도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상반기(1∼6월) 중 토론회를 열어 뉴스 배열 원칙과 알고리즘 공개 수준, 이용자 인식 등을 담은 종합보고서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신무경 yes@donga.com·김성규·황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