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LG 아카데미 투수코치

이상훈 LG 아카데미 투수코치(오른쪽)가 ‘클래식 데이’로 열렸던 2016 시즌 최종전에서 1990년대 검정 유니폼을 입고 시구한 뒤 선발투수 임찬규에게 마운드를 넘기는 모습. 이 코치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늘 이걸 더 신경 써줘야 했는데’ 하는 게 있다. 하지만 이미 나를 떠난 선수들이니 속으로 응원할 뿐”이라고 말한다. 동아일보DB
“안 보고 싶어요. 봐서 뭐해요. 1년 봤으면 됐지. 갈 길 생겼으면 가면 되지 뭐. 옛날 건 추억이고 지금은 현실이니까….”
2015년 말 피칭아카데미 설립과 함께 친정으로 돌아온 이 코치는 매해 유망주 투수들을 ‘경기 투입이 가능한 선수’로 만들어 2군, 1군으로 올려 보낸다. 선수들과 만나자마자 그가 하는 말은 “나랑 1년 이상 같이 있지 말자”다.

아카데미에는 매해 5명가량의 선수가 입학(?)한다. 이 코치는 약속시간 지키는 것부터 연습 전 ‘볼일’을 마치는 것 같은 기본 중 기본을 먼저 가르친다.
“1군 경기 시작이 6시 30분인데 6시 25분에 화장실 가면 안 되잖아요. ‘연습이 곧 게임이다’라고 생각하고 진행해요.”
스케줄과 연습방법은 선수 개개인마다 다르다. 다만 ‘나는 왜 휴식을 하고 무엇 때문에 이런 훈련을 하는지’를 철두철미하게 설명한다.
“심신이 다 지쳐 있어서 캐치볼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현재는 팔 스윙만 신경 쓰며 하프피칭까지 온 단계예요. 상체가 괜찮아지면 그때 하체를, 그 후에 상·하체를 합쳐서 할 예정이에요. 올해 안에만 1군 올라갔으면 좋겠어요.”
이 코치는 10년 넘게 공을 던져야 할 임지섭에게 지금이 오히려 제대로 연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지섭이가 군대 가서 잘했다지만 그건 2군 상대로 ‘텅텅 빈 야구장’에서였고. 1군하고는 360도 다르죠. 적응하려면 본인도 부단히 노력해야죠. 저도 마찬가지고.”
임지섭이 이 코치의 신인 시절 모습과 닮았다는 이야기에 대해 묻자 그는 “외모가 닮았으면 행동도 좀 나랑 닮았으면 좋겠어요. 얌전해요. 마운드 올라가면 양아치가 돼야죠”라며 웃었다.
자신의 품을 떠난 선수들에게 전하고픈 말은 늘 “아프지 마라” 한마디뿐이다. “그 말을 까먹는 경우가 많아요. 제일 중요한 건데. 아프지 말고 공 던지기, 그게 다예요.”
이천=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