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청년 작가들]<6>베스트셀러 시인 박준
박준 시인은 “예전엔 편지를 썼지만 지금은 화상통화를 한다. 그렇다고 사람이 사람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듯, 문학 작품을 통해 감동을 얻고자 하는 인간의 마음 역시 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인생을 미리 살아보지 않은 아들에게 아버지의 조언이 들릴 리 없었다. 아들은 수능시험을 봤고 문예창작과에 들어갔으며 시에 푹 빠졌다. 아버지의 말씀을 따랐다면 ‘시인 박준’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승려가 아니라 시인이 된 아들을 아버지는 어떻게 여길까. “아버지는 제가 쓴 글을 읽고 의견을 주세요. 최초의 비평가가 되셨죠.(웃음)”
박준 시인(35)이 6년 전 낸 첫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10만 권, 지난해 낸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은 14만 권을 찍었다. 그는 최근 가장 ‘핫한’ 시인이라고 부를 만하다.
많은 독자가 만나고 싶어 하는 유명한 시인이 됐지만 그가 무엇보다 공들이는 만남은 지역의 공공도서관 강의다. 공공도서관 강연장에는 시를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주민들이 적잖다. “노래 불러보라고 어른들이 요청하기도 해요.(웃음) 그럴 때면 노래는 못 불러도 노래 같은 시를 들려드립니다.” 그렇게 시를 모르는 먼 곳의 독자들에게 시를 전하는 걸 즐거운 의무로 삼는다.
새로운 문학이 앞선 세대와 구별되는 지점을 묻자 그는 “이전 세대의 문인들은 단체를 형성해 문학과 사회의 방향성을 탐색했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문학 집단으로 묶이지 않고 개인의 고유성을 중시한다”며 “영화계에서 충무로가 해체되고 배우와 관객, 투자사만 남았듯 문학계도 그렇게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변화는 문학 자체의 영향력이 줄어든 현실과 맞물린 것이지만 시인은 “(문학의) 영향력이 커야 할 필요가 없는 시대라는 뜻이기도 하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그는 오히려 “모든 국민이 시를 읽는 사회는 지옥이 아닐까요”라고 반문했다.
문학이 나아가야 할 바를 묻자 그는 전통시장을 예로 들었다. “전통시장의 위기는 시장이 시장답지 않을 때 생긴다. 시장에 안 맞는 물건을 팔거나 턱없이 비싸게 파는 것 같은…. 시장이 고유의 역할을 잘하면 사람들이 찾아오게 마련이다. 문학도 몸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 역할을 잘하면 된다.” 그는 “문학이 할 일은 좋은 시와 소설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은 바로 좋은 텍스트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